수필가 정명애(56)씨는 올해 2월 교단을 떠났다. 인생 1막이 그렇게 갈무리됐다. 지난 4월 제자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첫 담임을 맡았던 제자들은 이제 마흔을 넘겼다.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망설였지만,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는 "마흔 두 살 먹은 아이들 같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시간표로 2막을 시작했다. 한 획을 긋는 의미로 수필집 「내 작은 땅」(수필과 비평사)을 펴냈다. 1999년 등단했지만, 글 쓸 여유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부족하지만 내가 살아온 흔적을 모아 내가 나에게 주는 편지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내 인생 1막에게 감사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는 32년 교직생활을 정리해보니 제자가 잊지 못하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선생님이 마음에 붙들고 있는 제자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소외된 가정의 아이들이 가장 마음에 남기 마련. 퇴직하고 나니 그 아이들은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5년 전부터 주말엔 구이 두방리에 있는 주말농장을 오간다. 남편인 장 욱 시인과 주말마다 식물을 가꾸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봄이 되면 씨앗을 뿌리고 싹이 나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그는 농사일은 미래를 사는 일과 같다고 했다.
"인생은 리듬을 타는 것처럼 주기가 있습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죠. 하지만 미래를 바라보는 눈이 있으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더 좋은 게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라는 믿음이 있다면요. 극복하고 나면 내면이 더 풍성해져서 부자가 된 것 같아요. 영혼이 맑아지죠."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 역시 마음을 비워가면서 다독였다. 그리고 자신이 빚을 갚아준 사람이 아니라 빚진 자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고 했다.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 '간이역, 포기하는 아름다움'. 199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작이 됐다.
그는 앞으로 기독교 성지 순례를 소재로 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지난 시간이 쌓여서 오늘의 나를 있게 하듯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어떻게 만들어 갈지 기대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맑고 환한 영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