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화가들이 스스로 그렸다 "내얼굴"

전주서신갤러리 기획전 '2010 자화상' 16일까지

(좌)故 지용출作 '자화상', (우)김충순作 '내가 이렇게 생겼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desk@jjan.kr)

얼마 전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판화가 지용출씨의 자화상. 예술가의 사회 참여 의식을 강조했던 그의 고집스러움이 투박하고 거친 목판화로 표현됐다.

 

서양화가 김충순씨의 '내가 이렇게 생겼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에 등장하는 자화상은 꽃미남이다. 짙은 눈썹에 잘생긴 코, 숱이 많은 머리칼과 콧수염만 보면 '짐승남(거칠고 남성적인 매력을 가진 젊은이들의 우상)' . 풍성한 속눈썹에 선한 눈매, 화려한 꽃무늬 셔츠를 자연스레 소화하는 것을 보면 '초식남(남성다움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취미활동에 적극적이나 연애에는 소극적인 남성)'의 매력까지 있다. 김씨의 희망사항이 100% 담긴 자화상. '피식' 웃음이 나온다.

 

설치조각가 차주만씨는 자신의 누드를 찍은 '공존'을 내놨다. 종이 상자에 안을 들여다 보면 가부좌를 틀고 앉은 구도자의 모습이 보인다. 차씨는 "내 안에 내재된 문화의 혼성을 표현했다"고 했다. 상자에 난 십자가 무늬는 기독교 신앙을, 사진 속 부처의 자세는 동양사상에 뿌리를 둔 자신을 표현해 공존의 의미를 찾았다.

 

전주 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가 열고 있는 기획전 '2010 자화상'이 올해로 열한번째 전시를 맞았다. 자화상은 작가의 삶과 작품을 한꺼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람들 눈에 비친 이미지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그 간극을 표현하는 게 흥미롭다. 이 같은 작품은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다.

 

참여작가는 고보연 곽승호 김범석 김윤숙 김충순 류재현 박민평 박시완 박인현 이길명 이숙희 이정웅 이종만 이철규 이희춘 임승한 임택준 전우진(영상) 전우진(조각) 지용출 차주만 최광호 최정환 탁영환 한 숙씨 등 26명. 군산대 예원예술대 원광대 전북대 전주대에 재학중인 학생 127명의 작품은 발랄하며 도발적인, 젊은 감수성을 담은 작품이 대다수를 이룬다. 도내 미술 학도들도 함께 참여, 전북 미술의 현재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19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63) 255-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