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본보 신춘문예 출신 김형미시인 첫 시집「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生'에 대한 진지한 고민 시어로 압축…존재 영원 등 삶과 관련된 철학적 주제 탐색

김형미 시인(33)은 스물셋이라는 젊은 나이에 등단했다. 원광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그는 그로테스크하고 강렬한 언어, 도발적인 시적 발상으로 새로운 실험성과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얻었다. 10년을 농익혀 첫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문학의전당)을 빚었다. 시집엔 "부족한 모습을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세대를 넘는 시집 한 권이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는데…. 마음 비우는 연습 하느라 늦어진 것 같아요. 그래도 연필을 놓아본 적은 없었습니다."

 

처음엔 '집', 그 다음엔 '무인'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귀기가 서려있는 존재론적 고독과 쓸쓸함은 그를 괴롭게 만들었다. '역마를 붙잡아둘 힘이 내겐 없다'(시 '하섬')는 고백은 젊은 날 방황하는 자신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극단으로 몰아가는 푸른 하늘 아래서 그는 시를 썼다. 시는 곧 삶이었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나중에 시인이 되라고 했죠. 그게 숙명인가 보다라고 여겼습니다."

 

시인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보는 존재다. 죽음 역시 마찬가지. 내세의 보이지 않은 평안이 아니라 현세의 우울한 찰나를 맞닥뜨린 순간 시인은 달개비꽃을 통해 억센 생명력을 떠올렸다. 지상의 모든 움직임을 다 듣고 가는 파란 귀인 달개비꽃. 시인은 부정적 허무주의 대신 찰나적이지만 극에 다다른 생의 에너지에 주목했다.

 

문학평론가 손남훈씨는 "생에 대한 적극적인 욕망과 기다림의 소극적 태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영원성에 대한 지향과 찰나적 현현에 대한 매혹의 대비가 두드러진다"며 "이와 같은 대비와 갈등, 화해에 관한 고군분투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시인은 구전민요인 '아리랑'을 가장 좋아한다. 쉽지만 울림이 큰 '아리랑'처럼 읽기 쉬우면서도 따뜻한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앞만 보고 가다 보면, 마음의 파고가 크잖아요. 결국 시도 존재의 자기 증명이니 덜 조바심 내면서 여유롭게 가고 싶습니다. 마음 안의 고요를 만나는 시로 돌아오겠습니다."

 

부안 출생인 그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2003년 문학사상 신인상 등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출판기념회는 27일 오후 3시 부안 변산 작당21 통나무펜션에서 지인들과 함께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