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33)교향곡 이야기④

조화 이루는 교향곡 정치적 의미 함축…지휘자 작품 해석 따라 악기별 자리배치 달라

 

교향악단 연주에서 무대 위 악기별 자리배치는 확실하게 정해진 규칙이 없다. 지휘자의 작품 해석에 따라 혹은 선호하는 음향에 따라 다르다. 유럽식 배치라고 알려진 배치는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이 마주보며 전면에 앉기도 한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고전 교향곡을 연주할 때 선택하기도 하는 배치다. 근래에는 청중석에서 볼 때 제2바이올린은 제1바이올린 안쪽에 앉고, 첼로는 오른쪽의 바깥쪽, 비올라는 첼로의 안쪽에, 그리고 관악기는 후면 조금 높은 단 위에 목관, 금관 순서로 앉는 것이 일반적인 자리배치다. 미국식 배치라고도 한다. 팀파니를 비롯한 타악기는 그 뒤에 자리한다.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파리음악원에서 공부하고 뉴욕, 필라델피아 등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명성을 떨쳤던 20세기 명지휘자 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wski, 1882~1977)는 전면에 관악기를 배치하고 현악기는 후면에 두기도 했다. 관악기 소리가 큰 데도 그렇게 한 것은 아마 특별한 음향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아니면 특별한 음향판을 설치한 무대였을 것이다.

 

함께 조화를 이루며 울리는 교향곡! 새롭고 독특함을 추구하는 현대의 작곡가들은 선호하는 음색 조화를 위해 색다른 교향곡들을 많이 작곡한다.

 

프랑스 댕디(Vincent d'lndy, 1851~1931)의 교향곡 1번 <알프스 산의 공기, 1886> 는 알프스지역 민요를 주요 소재로 하여 작곡했고 영국작곡가 본 윌리암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의 <런던교향곡(london symphony, 1914, 1920년 개정)> 은 런던의 소리들과 분위기를 부드럽게 일렁이는 관현악 음향으로 잘 묘사했다.

 

전주시립합창단이 제100회 정기연주회 기념으로 10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스트라빈스키의 <시편교향곡, 1930)> 은 성경 시편의 라틴어 성서를 원문 그대로 사용하며 혼성합창과 관현악이 함께하는 3악장의 교향곡이다. 합창단의 공연 곡목이 교향곡이니 정성을 많이 들인 음악회이겠다. 이탈리아 작곡가 베리오(Luciano Berio, 1925~2003)는 8명의 성악가와 관현악을 위한 5악장의 교향곡 <신포니아(sinfonia, 1968)> 를 작곡하였다. 함께(Sin) 울린다(fonia)는 의미로 <신포니아> 라는 작품제목을 붙였다며, 같이 울리는 것은 음향만이 아니고 다양한 상황, 의미, 관련성이 모두 함께 어울어 울리는 것이라고 작곡자는 설명했다.

 

새롭고 독특함을 추구하던 모더니즘. 남보다 먼저 앞서간다는 아방가르드 경향은 남보다 앞서가려고 하니 외면받게 되고 이제는 대중과 함께 가는 음악 추세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대중음악적 요소를 담은 클래식, 클래식 요소를 담은 대중음악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모든 예술은 속박에서의 해방이라며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아래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인종, 국경, 세대, 언어, 역사, 음악장르 모두가 하나 되는 공연을 하여 세계인을 감동시켰던 야니(John Yanni Christopher, 1954~)의 뉴에이지 음악이 한 예이겠다. 영국 로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키보드, 기타 등 대중음악 악기들이 함께 연주하였다. 장소의 의미가 역사 융합이고 각 인종이 함께했으니 인종 융합이며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함께 했으니 장르 융합이다. 중국 자금성과 인도의 타지마할에서도 공연했는데, 우리나라 DMZ에서도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니 그는 클래식, 재즈, 뉴에이지가 하나 된 음악으로 남·북한이 하나 되게 DMZ 경계를 허물고 싶은가보다.

 

함께 조화를 이루며 울리는 교향곡은 정치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대비와 갈등을 조화롭게 하는 음악이 교향곡이듯 다양한 주장과 의견을 조화롭게 하는것이 정치의 이상 아니던가? 정치는 교향곡의 음악 만들기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교향악단은 지금 한 도시, 한 국가의 문화수준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고 있기도 하다. 훌륭한 교향악단이 있는 도시는 더불어 그 도시의 수준도 훌륭하게 각인시킨다. 비엔나 필(1842년 창단), 뉴욕 필(1842년 창단), 런던 필(1813년 창단), 베를린 필(1882년 창단) 등 세계적인 교향악단이 있는 도시는 그만큼 격조높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교향악단은 중요한 외교사절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북한에서 연주를 할 때처럼 말이다.

 

전주 시내 영화의거리를 걸으려니 이 집 저 집에서 경쟁하듯 틀어놓은 음악이 음악이 아니라 소음의 아수라장이다. 이래서야 문화의 거리라고 할 수 있을까? 음악을 하나로 통일하여 클래식이나 거리명칭에 맞는 영화음악을 들려주면 좋을 것을…. 클래식은 거리의 품위를 높힐 수 있다. 영화의거리에 교향곡이 은은하게 울리면 외국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품위있는 명품 거리가 될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