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청춘, 그라운드에 서다 - 이현수

이현수(시인)

 

6월 11일, 드디어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된다.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함성과 탄식이, 그리고 환호가 모두 붉은 물결의 한 자락이 되어 대한민국은 분명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우리나라 이외에도 또 다른 팀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필 우리와 첫 번째 경기를 치르게 될 그리스다.

 

손꼽을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가 하나도 없는 이 팀에 대한 필자의 관심은 지금 그리스가 겪고 있는 국가적 위기때문이다. 그리스 대표팀의 그라운드가 그들의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물론 12일의 승리는 양보할 수 없지만 말이다.

 

사실 그리스는 이미 유로2004를 우승한 경력이 있는 팀이다. 당시에도 그리스에는 스타플레이어 한 명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과 같은 강호들을 차례대로 물리친 저력이 있다.

 

8강부터 우승까지 이들이 보여준 스코어는 오직 1:0. 그리스는 막강한 조직력을 기본으로 한 철저한 수비위주의 전술을 통해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그들은 그라운드에서 상대방을 위한 단 한 골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혹자들은 '재미없는 축구', '시대에 뒤떨어진 축구'라며 그리스를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코어가 1:0이든 10:0이든 이기는 것은 똑같다. 물론 리오넬 메시같은 스타플레이어가 해트트릭을 달성한다면 정말 기가 막혔겠지만 팀에 메시가 없다면?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청춘들에게 리오넬 메시는 골고루 존재하지 않는다.

 

아쉽게도 대부분 우리의 청춘은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그리스를 닮아있다. 하지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리오넬 메시가 없다고 해도 승리할 수 있다고. 또한 한 개의 슈팅보다, 한 개의 슈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말이다.

 

허공으로 무수히 차올린 슈팅과 팀원들 간의 수많은 패스, 상대의 강한 압박과 거침없는 태클. 단 한 개의 골을 위한 플레이는 채 몇 초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이루어지지만 사실 전·후반 90분 동안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이 한 골을 위한 플레이라는 것을.

 

우리의 청춘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목표(goal)를 이루기 위해 인생이라는 경기시간 동안 우리는 도전과 실패, 위기를 늘 반복하고 있다. 역습을 할 때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역습을 당하기도 한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결국 좌절을 극복해내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자 청춘은 아닐까.

 

저 멀리, 그곳에 우리가 목표(goal)를 이루어야 할 골대가 놓여있다. 골대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무의미한 패스와 드리블, 그리고 허공 속으로 쏘아 올리는 슈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청춘, 그것은 우리의 삶 속에 골대를 만들고 그곳을 향해 가기 위한 수많은 전술과 연습을 반복하는 시간인 것이다.

 

따라서 그대들의 청춘 속에 리오넬 메시가 없다 해도, 우리 스스로가 메시가 아니어도 승리할 수 있다고 믿자. 골대를 향한 돌진을 멈추지 말자. 청춘이라는 그라운드에 하나의 골대를 만들었다면 그대들의 도전은, 설령 백패스를 해야 할 상황에 놓이더라도 언젠가는 멋진 슈팅을 날리기 위한 의미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현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