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람] '전주 음식 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 준비위원 정정희 원장

"집안에 숨어있는 어머니 손맛 이끌어 내는게 목표죠"

'맛의 달인'은 겨울을 이겨낸 '동국화'(冬菊花)로 우려낸 차를 내놓았다.

 

9일 국제요리학원 원장실에서 만난 정정희 원장(43)은 다음날 오후 4시 전주 고사동 오거리 문화광장에서 열리는 '전주 음식 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 발대식'을 앞두고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특정인이 아닌,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우리들의 잔치'를 벌일 거예요."

 

시민네트워크 준비위원인 정 원장은 발대식 막걸리 파티를 위해 미리 장을 봤다. 발대식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골고루 맛 볼 수 있게 넉넉히 장만했다.

 

막걸리 파티의 '콘셉트'(concept)는 화합과 균형을 상징하는 '오방색'.

 

그는 "막걸리는 하얀색, 김치는 빨간색, 파전은 녹색, 호박가루를 넣은 증편은 노란색, 흑두부는 검은색"이라며 "오방색은 전주에서 빠질 수 없는 색깔"이라고 설명했다.

 

"음식 하나만으로도 행복하고, 살 만한 도시가 전주예요.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Creative City)로서 제격이죠."

 

정 원장은 "'전주 사람 입맛을 3년만 맞추면 서울에서 음식점으로 대박이 난다'는 말이 있다"며 "집에 숨어있는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손맛을 이끌어 내는 게 시민 네트워크의 목표"라고 말했다.

 

전주 음식은 가정에서 시작했다. 밥상을 상품화한 게 백반이고, 술을 마실 수 있게 만든 게 한정식이다. '비빔밥=한정식의 축소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전주가 음식 창의도시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전주는 바다도 가깝고, 토지도 넓어요. 싱싱한 식재료를 바로 공급받을 수 있는 여건을 가졌죠.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local food) 개념이 가장 어울리는 지역입니다."

 

20년 가까이 전주에서 '맛의 내공'을 쌓아 온 그는 최근 읽은 이외수의 신작 에세이 '아불류 시불류'(我不流 時不流)를 들며, "음식은 끊임없이 노력해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점에서 '흐르는 물'과 같다"며 "음식은 자만하면 폭력이 된다. 음식은 사랑이다"며 그의 '음식 철학'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불류 시불류'는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는 뜻.

 

한편, 유네스코는 문화·예술·지식 분야에서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도시를 '창의도시'로 등록하고 있다. 현재 문학·디자인·음악·민속공예·영화·미디어·음식 등 7개 분야에 영국 에든버러·독일 베를린·이탈리아 볼로냐 등 19개 도시가 회원이다. 음식 분야에선 콜롬비아 포파얀(Popayan)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