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전주박물관(관장 김영원)이 아홉번째 기획특별전 '장수(長水), 역사의 물길'을 연다. 14일부터 8월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마한, 백제, 가야의 문화가 공존한 장수의 인문지리적 고찰을 비롯해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유교 문화를 조망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영락 12년(1414년) 임금이 4품 이상의 문무관 벼슬아치에게 주던 사령(왕지·王旨), 장수 향교의 역사 유물 등 200여 점이 전시된다.
장수는 백두대간과 금남 호남정맥 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곳이다. 이곳은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과 금강과 섬진강을 가르는 분수령에 위치해 있다. 19세기에 만들어진 지도인 '동여도'엔 금강의 발원지(금강지원)가 장수라고 표기돼 있다.
장수는 동서 교통로에 위치해 마한과 백제, 가야문화가 융화되는 위치에 있었다.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보면 가야 세력이 왕성했던 땅임을 알 수 있다.
공자에 대한 제사를 지내오면서 유교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유물들도 선보인다. 장수 향교는 남아 있는 향교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주건물인 대성전(보물 272호)으로 지정되어 있다. 장수 향교엔 17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운영되어온 향악 관련 자료가 많다. 향악에 참여해온 사람들의 명단과 세출입 기록이 그것. 또한, 올해 봄에 향교에서 거행된 제사의 한 장면도 소개된다.
장수를 대표하는 인물과 관련 유물도 만나볼 수 있다. 장수는 조선시대에 유배해왔던 학자들이 많이 거주해 '충절(忠節)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황희와 백장은 '이덕(二德)'으로, 논개와 정경손, 순의리는 '삼절(三節)'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들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된다. 장수 출신 인물의 후손들이 보관하고 있는 유품도 함께 전시된다. 태종 때 문신인 안성이 태종으로부터 받은 왕지가 대표적. 영조 때 문신 장현경과 김성갑의 유품과 왕으로부터 받은 어필 등도 처음 공개된다.
김영원 관장은 "장수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면면히 내려온 전통문화의 지속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식 14일 오후 4시에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