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낡은 책에 담은 시간…이석주展

1970~1980년대 극사실주의 화풍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중견화가 이석주(58. 숙명여대 회화과 교수)가 5년 만에 개인전을 통해 신작을 소개한다.

 

16일부터 열리는 개인전에는 그동안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던 시계와 말(馬)의 이미지가 사라진 대신 구겨지고 찢어진 오래된 종이와 손때 묻은 낡은 책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구겨지고 낡은 책 옆에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나 앵그르의 '오달리스크' 같은 익숙한 명화 속 여인의 이미지가 함께 등장해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소재를 바꾸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예전에는 말이나 시계를 즐겨 그렸는데 그러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더라고요. 제가 관심 있는 것은 시간성입니다. 젊을 때는 시계 이미지로 시간을 표현했는데 지난해부터는 가능하면 시계 대신 낡고 오래된 책의 이미지로 바꿔 그리고 있습니다."

 

한국 극사실주의 화풍을 대표하는 작가는 최근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극사실주의 화풍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저에게는 극사실주의라는 것이 그다지 깊은 의미는 아닙니다. 미국적인 '하이퍼 리얼리즘'과도 다른 그림이고요. 흔히들 극사실주의에서는 정밀 묘사를 잘하면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데 정밀 묘사는 방법적인 문제지 그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전시는 인사동 선화랑에서 30일까지. ☎02-734-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