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마이전라북도아이디어 닷 컴' - 성재민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전문가 10명과 일반인 100명이 각각 하나의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면 어느 쪽이 더 좋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 집단이 더 옳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거의 비슷하거나 일반인 집단이 더 정확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소의 가격을 맞추는 실험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소수 전문가와 다수 일반인이 각자 상의없이 낸 의견을 종합해보니 일반인들이 낸 예상가격의 평균이 실제 소값과 가장 일치했다. 물론 일반인들 중에서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나 낮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결과는 실제와 가장 일치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제임스 서로위키는 저서 「대중의 지혜」에서 이러한 현상이 각 개인들이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집단지성'이라 불렀다.

 

최근 집단지성이 활용되는 사례가 많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 사전을 누른 위키피디아나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국내 1위 사이트로 만든 원동력인 '지식in'서비스, PC에 사용되는 리눅스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모두 일반인들이 함께 모여 만든 집단지성의 산물이며, 그러한 산물들은 다시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지식의 깊이라는 측면에서 전문가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생각을 모은다는 점에서는 일반 대중들의 참여가 확실히 도움이 된다.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인 기업들도 이미 집단지성을 활용해 큰 혜택을 입었다.

 

지난 2007년, PC제조사인 델(DELL) 컴퓨터는 '아이디어스톰(ideastorm.com)'이라는 사이트를 열었다. 과거 제프 자비스라는 유명 칼럼니스트에게 불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했다가 그가 블로그에 게재한 글로 인해 큰 이미지 손상을 입었던 과거를 교훈 삼아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사이트로, 고객들이 자유롭게 델에 바라는 점을 올리면 이를 검토해 실제 실행에 옮기기 위해 만들었다. 실제로 이 사이트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 중 일부는 실제 제품에 반영해 출시하기도 했다. 더불어 델은 고객들과 소통한다는 기업이미지도 얻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브랜드 스타벅스(Starbucks)도 마찬가지다. 2008년, 스타벅스는 '마이스타벅스아이디어닷컴(Mystarbucksidea.com)'이라는 사이트를 열었다. 스타벅스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한 이 사이트에서 고객들은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냈고, 스타벅스는 이를 현실화시켰다. 예를 들어 아이스커피 속에 든 얼음이 녹아 커피가 연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얼음을 커피로 만들어달라는 의견을 올리자 7600명의 고객들이 즉시 동감을 표시하기도 했고,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한 뜨거운 커피용 납작빨대도 이 사이트를 통해 탄생할 수 있었다.

 

물론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두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허황된 아이디어들도 올라오곤 한다. 그러나 사이트의 개설 목적은 모든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 속에서 좋은 생각들을 찾아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자는 데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 희망제작소와 익산희망연대 등 NGO형 단체에서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들을 직접 단체장이나 정치인들에게 전달해 현실화시키고 있다.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좋은 예다.

 

전북에도 스타벅스나 델, 그리고 익산희망연대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할 수 있는 '마이전라북도아이디어닷컴' 같은 창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미 전북에서도 일부 지역, 일부 단체에서 시도되고 있긴 하지만 많이 부족하다. 전북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 도민이다. 도민들이야말로 실생활에서 겪는 어려움과 불편함, 그리고 개선점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가진 사람들이다.

 

모든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강박관념때문에 원활한 운영이 힘들어진다. 상시적으로 운영하되 누구나 자유롭게 접속해 아이디어를 얻고, 또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다보면 언젠가 현실화시킬 수 있게 되어있다. 자유롭게 발현된 아이디어들을 도민들의 추천에 의해 순위를 매기고, 그 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현실화시키는 방법도 좋겠다. 이미 앞선 사례를 통해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

 

전라북도는 변하고 있고 많은 성과도 거두고 있다. 그간의 성과가 공직자와 정치인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서라고 한다면, 이제 여기에 도민의 아이디어를 덧붙여보면 어떨까. 도민과 함께 바꿔나가는 전라북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