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이목윤 단편소설 '비둘기자리 별' 펴내

시대상의 아픔 정직하게 기록한 자서전적 소설

다섯권의 시집을 내고도 소설에 대한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 버릴까 말까 하다가도 차마 버리지 못한 습작소설은 20~30년을 묵혔다. 극적인 시대 상황, 죽은 자의 눈물, 신춘문예 심사위원 눈에 들어서…. 소설을 버리지 못한 이유도 제 각각. 장편소설 「소양천 아지랑이」 을 펴냈을 때 '언제부터 소설을 써왔냐'는 선의의 가시가 가슴을 허거푸게 했지만, 다시 펜을 들었다. 미련이어도 좋았다. 손질하고 덜어내다 보니 한 권이 되지 않아 단편소설을 한 편 더 썼다. 단편소설집 「비둘기자리 별」(신아출판사)의 출간은 소설가 이목윤씨를 더욱 강하게, 깊어지게 만들었다.

 

"원래 타고난 글재주가 없어서인지, 내놓은 모습이 성에 차지 않아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괜한 치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때로는 모자란 것의 채움도 좋은 공부라 했으니 그런 맘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비둘기자리'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작은 별자리로 우리나라는 겨울의 오리온자리가 여기에 속한다. 비둘기는 평화와 사랑, 화해의 상징. 표제작 '비둘기자리 별'은 전쟁터에서 스러진 영혼이 어느 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이들을 통해 자신의 성찰로 이어진다. 시대상의 아픔을 정직하게 기록하고자 하는 자서전적인 소설.

 

'두부 한 모'와 '일기첩의 진혼곡'은 단순한 줄거리지만, 과거의 시간이 서로 엉키도록 구성됐다. 문학평론가 호병탁씨는 이는 긴장감과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의도적인 시간의 흩뿌림이라며 그는 시간을 부리는 데 능숙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작품 중간 중간에 사람들은 너무 빨리 과거를 잃어버리고, 미래를 쫓는 위험한 도박을 한다는 생각이 드러났지만, 중립적인 시선은 잃지 않았다. 작가는 충실한 보고자여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이 반영됐다.

 

그는 노년은 인생의 황금 결실기라고 했다. 여전히 자신을 갈고 닦는 지고지순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실버세대라는 속 좁은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각광받는 골드세대를 꿈꾸고 싶다는 그는 노년을 사는 방법에 대한 고민중이다. 아마도 이런 고민에 대한 해법은 또다른 작품으로 이어질 것 같다.

 

전주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전쟁문학회 이사, 전북불교문화회장을 역임했으며, 전북펜작촌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