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기른 상추를 뜯는 5학년 봉우의 손길을 바쁘다. 2주가 넘도록 전주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 할머니와 상추쌈을 해먹기 위해서다. 지난해 전주에서 전학 온 6학년 지호는 "텃밭을 볼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신기하다"며 웃었다.
"녹색교육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딱딱한 수업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텃밭에 가서 동생과 함께 방울토마토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토마토 열매가 언제 열려서 빨갛게 익어갈까 학교에 올 때마다 기대돼요."
올 초 '작고 아름다운 학교'로 선정된 김제 용동초등학교(교장 서영숙). 김제시 용지면 장신리에 위치한 용동초 아이들은 자연을 벗삼아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용동초는 '자연과 함께 하는 저탄소 녹색체험', '녹색성장을 꿈꾸는 환경체험교육프로그램', '건강한 학생 인터넷 문화형성을 위한 인터넷 과다 사용 예방 선도학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습 위주의 녹색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체험'은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에너지 생산과정과 활용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에너지 활용에 대한 의식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 작지만 교내 시설물에 전기를 공급하고 전광판시스템을 통해 발전량과 소비량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대체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교과서에서만 보던 식물들을 직접 키우며 교육적 효과도 높이고 있다.
학교 한 편에 자리한 텃밭과 재배용기에서는 상추와 고추, 비트, 오이,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등이 자라고 있다. 그야말로 무공해 친환경 채소. 아이들과 담임교사들이 직접 기른 채소는 점심시간 식탁에 오른다. 농작물을 수확할 때마다 열리는 삼겹살 파티는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1인당 1국화 가꾸기도 진행, 올 가을 국화전시회를 열 예정이며 터널형 휴식공간을 만들기 위해 조롱박과 수세미, 풍선초 등도 심어놓았다.
'환경체험교육프로그램'은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우리 지역의 환경에 대해 배워보는 프로그램. 환경과 연결시킨 재활용 지도와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는 운동도 펼치고 있다.
'인터넷 과다 사용 예방 선도학교' 역시 원예활동을 통해 인터넷에 대한 자기조절 능력과 통제 능력을 향상시켜 올바른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건강체력평가(PAPS)'를 수시로 실시해 개인별 건강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것 역시 녹색교육과 함께 건강한 어린이 만들기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용동초의 또하나의 자랑은 학부모를 교육의 동반자로 생각, 학교와 학부모간의 활발한 교류로 교육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미술심리치료와 학부모 교육 등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을 1년에 10회 정도 실시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이자 학부모회 회장 박소영씨는 "우리 세대는 너무 경쟁 속에 살다보니 감정이 메마르는 것 같아 우리 아이만큼은 즐거운 생활을 하길 원했다"며 "부모 만족만큼이나 아이 만족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무엇보다 학교 프로그램이 지속성있게 진행되는 점이 좋다"고 덧붙였다.
학업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 국어와 수학 등 주요과목을 연간 60시간 늘려 운영하는 동시에 기초학력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담임교사 보충지도'와 '부진아 지도 캠프'도 전개하고 있다. 또한 '교원능력개발 시범학교' 운영을 통한 수업공개와 임상장학, 동료장학 등 수업능력 향상을 위한 교사들의 노력도 돋보인다.
그밖에도 외국어 인증제로 펠트(Pelt) 교육과 교내 외국어자격 검증, 한자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일 아침 담임교사와 함께 하는 독서토론 시간을 갖고 있다.
용동초의 교육목표는 '나를 깨우는 교육, 사회를 깨우는 교육, 미래를 깨우는 교육'. 서영숙 교장은 "깨우치고 실천하는 '깨움교육'의 현장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