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의 시청률은 광고주들에게는 광고 시간을 구입할지를 판단하는 요인이 되고, 월드컵 단독중계사 SBS로서는 월드컵 중계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다. 중계를 하지 않는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도 시청률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이런 관심을 감안, 2개의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 미디어리서치와 TNmS는 한국경기를 비롯한 주요경기가 끝나자마자 실시간 시청률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중구난방 시청률 집계…시청자 '혼란' = 한국 팀이 첫 승리를 거둔 지난 12일 그리스전 뒤 발표된 이날 경기의 시청률은 48%에서 70.8%까지 다양했다.
이는 2개의 시청률 조사기간이 발표한 수치가 다른데다 각각 실시간 시청률인지 여부, 프로그램 전체인지 경기만 집계한 것인지, 순간 최고시청률인지 여부에 따라 수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 방식이 단순하지 않은데다 집계의 기준 시간도 다르다는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중구난방인 시청률로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날 AGB닐슨 미디어리서치가 경기 직후 집계한 실시간 시청률(서울지역)은 48%였는데 이는 순수 경기 시간(경기 시작 휘슬부터 종료 휘슬까지)동안 집계된 시청률이다.
AGB닐슨이 다음날 집계해 발표한 일일보고서의 시청률은 47.5%였다. 이는 경기 중계 프로그램 전체(경기 전 준비상황과 경기 후 하이라이트 방송 포함)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TNmS는 경기 다음날, 한국-그리스 경기의 시청률이 59.8%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순수 경기시간만 집계한 수치였다. 이에 비해 프로그램 기준 시청률은 50.3%였다. 이날 중계방송에는 로또 추첨이 포함됐는데 TNmS는 나중에 로또 추첨을 포함한 시청률은 48.4%라고 다시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발표된 시청률 수치 중 가장 높은 것은 70.8%로 이는 AGB닐슨이 실시간 집계 시 발표한 순간 최고 시청률이었다.
◇ 시청률 어떻게 집계되나 = 시청률을 집계하는 데에는 '피플미터'(People Meter)라는 전자 장치가 사용된다.
피플미터는 조사 대상 가구의 TV에 부착돼 누가 언제 방송을 시청했는지를 기록하는 장치로, TV 시청자가 피플미터용 리모컨을 사용해 TV시청 여부를 기록하면 이 기록은 전화선을 통해 시청률 조사기관의 중앙컴퓨터로 보내진다.
시청률 조사 대상 가구는 AGB닐슨 미디어리서치가 2천350가구, TNmS가 2천가구로 지역, 나이, 성별, 학력 등이 골고루 분포되도록 설계된다.
AGB닐슨 미디어리서치의 경우 4년에 1번 조사 대상 가구를 변동하고 수시로 조사 대상이 얼마나 충실하게 조사에 임하는지를 판단해 대상 가구를 조정한다.
조사 대상 가구는 조사 기관이 적합한 가구를 선정한 뒤 해당 가구로부터 허락을 받는 방식으로 정해지는데 조사대상 가구에는 1년에 20여만원이 지급된다.
조사 기관은 매일 새벽 일일보고서를 통해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집계해 방송사와 광고 에이전시, 언론사 등에 시청률 자료를 보낸다.
◆ 시청률ㆍ점유율ㆍ실시간 시청률의 차이는 = TV 프로그램의 시청 정도를 측정하는 방식에는 크게 시청률과 점유율이 있다.
점유율은 TV수상기를 갖고 있는 가구(HUTㆍHouse Using Television) 혹은 TV를 이용하는 개인(PUTㆍPeople Using Television) 중 TV를 켜 놓은 가구(개인)를 분모로 해 이 중 해당 채널을 본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다.
반면 시청률은 TV를 켜놓았는지와 상관없이 TV수상기를 갖고 있는 가구(개인) 자체가 분모가 된다.
즉, 점유율은 모든 채널 중 해당 채널을 얼마나 시청했는지를 나타낸다면 시청률은 전체 TV 중 어느 정도가 해당 채널을 시청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조사기관들은 월드컵 경기나 대통령 기자회견 같이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방송 직후 실시간 시청률을 조사해 발표하기도 한다.
실시간 시청률과 다음날 나오는 일일보고서 상의 시청률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실시간 시청률 집계가 비용 등의 문제로 서울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불성실한 피조사자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편집'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자료이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 시간은 흔히 프로그램과 전후의 광고방송 시간을 포함해 집계되는데 월드컵 같은 스포츠 경기의 경우 중간 광고시간을 포함할지, 경기 전 상황과 경기 후의 하이라이트를 포함할지는 조사기관이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 시청률 50%면 국민 절반이 시청한 것? = 현행 국내 시청률 발표 관행에 따른다면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시청률은 가구(HUT)를 기준으로 하는 가구 시청률과 개인(PUT)을 기준으로 하는 개인시청률로 나눌 수도 있다.
가구 시청률은 예를 들어 1명만 봐도 가구 구성원 전체가 시청한 것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개인시청률보다는 대체로 2배가량 높다는 게 통설이다.
한국의 시청률 조사기관이나 방송사들이 언론에 시청률을 공개할 때는 가구 시청률을 기준으로 발표한다.
따라서 시청률이 50%라면 TV 수상기가 있는 가구 중 절반이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뜻이 되며 개인으로 따지면 25%가량 시청한 것이 되는 셈이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 가구 시청률이 아닌 개인 시청률을 외부에 공개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가구 시청률을 공개하는 것이 관례다. 이는 시청률 중 높은 수치를 알리는 것이 조사기관의 클라이언트인 방송사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조사기관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러나 광고 관련 업계나 방송사 내부에서는 개인 시청률이 가구 시청률에 비해 시청 행태를 판단하는데 더 세심한 자료라는 점에서 더 쓸모가 많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