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사그라진 아프리카 검은 돌풍

남아공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활약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80년 월드컵 역사상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팀들은 홈그라운드 이점을 안고 검은 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다.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가나,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카메룬, 알제리 등 월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6개 나라가 출전했기 때문이다.

 

또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아프리카 스타 플레이어들도 많아서 남미나 유럽과 견주어도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16강 진출국이 속속 가려지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국가는 주인공이 아니라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

 

지금 사정만으로 본다면 자칫하다가는 아프리카 6개 팀이 모두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것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23일(한국시간) 오전 현재 6개 참가국 중 남아공을 비롯해 나이지리아, 카메룬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8강까지 올라 지금까지 아프리카 국가의 월드컵 최고 성적을 낸 카메룬은 일본에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또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나이지리아도 그리스에 지고 한국과 비기면서 16강 꿈을 접었다.

 

남은 3개 국가 중에서는 나란히 1무1패를 거둔 코트디부아르와 알제리가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긴다면 경우의 수를 따져서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죽음의 조'인 G조에 속한 코트디부아르는 16강이 사실상 힘들다.

 

코트디부아르가 16강에 나가려면 우선 남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북한을 반드시 이겨야 하고 포르투갈은 브라질에 져야만 한다.

 

이 경우 승점은 포르투갈과 4점으로 같아지지만, 포르투갈이 북한에 7-0 대승을 거두면서 코트디부아르에 골 득실에서 9점이나 앞서 있기 때문에 이 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C조 알제리는 그나마 코트디부아르보다는 덜 암울하다.

 

이날 밤 열리는 C조 마지막 경기에서 알제리가 미국을 이기고 슬로베니아가 잉글랜드를 꺾는다면 조 2위로 16강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와 미국도 2무로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 몰려 모든 전력을 투입할 것이 확실한 데다가 상대전적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잉글랜드와 미국이 높아 알제리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남은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16강에 가장 가까이 간 국가는 아프리카의 '검은 별' 가나다.

 

이미 탈락한 남아공과 함께 이번 대회에서 아프리카 국가 중 승리를 기록한 가나는 D조에서 1승1무로 박빙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가나는 전차군단 독일에 비기거나 이기면 조 2위 안에 들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에 지고 세르비아가 호주를 이기면 3위로 떨어져 돌아갈 짐을 싸야만 한다.

 

독일에 지더라도 호주가 세르비아와 비긴다면 세르비아와 골 득실과 다득점을 따져 16강을 노려볼 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에서 뛰는 토고 선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는 최근 아프리카 언론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아르헨티나가 리오넬 메시 때문에 우승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사뮈엘 에토오가 이끄는 카메룬이나 디디에 드로그바의 코트디부아르도 우승할 전력이 된다. 에토오는 인테르 밀란에서 뛰면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견인했고 드로그바는 첼시가 시즌 2관왕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이바지를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제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 코트디부아르 골잡이 드로그바(첼시)나 무릎을 다쳐 이번 대회에 못 뛴 가나의 마이클 에시엔(첼시) 등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팀워크가 부족해 결국 16강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