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어요. 아무리 달이가 주인공이라지만 개 컨디션에 맞춰서 하라니…. 어느 날 촬영장에 갔더니 달이가 컨디션이 안 좋다고 안 찍는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이해를 못 했죠."
다음 달 22일 개봉하는 영화 '마음이 2'는 '마음이'로 출연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암컷 '달이'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새끼 달이를 도둑맞은 마음이가 필사적으로 자식을 찾는 여정을 그렸다.
주현과 수애가 주연한 '가족'에서 뜨거운 부성애로 감동을 끌어낸 이정철 감독이 연출했다. 성동일과 김정태가 마음이의 새끼를 훔치는 형제 도둑으로, 송중기가 마음이의 주인으로 나온다.
24일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영화 제작보고회 후 기자들과 만난 성동일은 말 못하는 동물과 일하려니 힘든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나중엔 '너보다 내가 낫다' 했지요. 자막에 자기 이름이 들어간다고 알겠어요? 돈을 받아도 주인이 받죠."
성동일은 영화 '나 홀로 집에'에서 도둑으로 나오는 조 페시의 연기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예고편에서 성동일의 목소리는 그가 연기한 드라마 '추노'의 악당 추노꾼 천지호를 연상시킨다.
그는 "관객들은 나의 코믹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장치로 목소리를 가늘게 만들었다"면서 "'추노' 때와 목소리 톤이 비슷한데 '마음이 2'를 먼저 찍고 '추노'에 출연했는데 영화는 드라마보다 늦게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믹한 감초 역할로 정평이 난 그는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동생 배역을 맡은 김정태와 균형을 맞추려고 '말장난'을 별로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정태에게 몰아주고 싶었어요. 저는 기존의 이미지가 있어서 조금만 해도 관객이 재미있어하는데 정태는 워낙 악역 이미지가 커요. 정태가 겉돌면 우리가 안 맞으니까, 그렇게 했어요."
웃음기를 걷어낸 진지한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정색하고 대답했다.
"살아보니 코믹한 게 제일 진지한 거더라고요. 목소리 낮게 깔고 눈 부리부리하게 한다고 진지한 게 아니에요. 살아봐서 알지만 정말 내가 슬프고 답답하면 웃게 되더라고요."
구수한 사투리 연기의 비결에 대해서는 지방에 가서 현지 사람들이 쓰는 생생한 말을 직접 듣는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쓴 건 문어체인데 배우는 말로 해야 하니 느낌이 다르잖아요. 재래시장에 가면 내가 필요한 말이 다 있어요. 선술집에 가면 취한 노인들이 많은데 별의별 사투리가 다 있죠."
그는 사투리에 대해서 잘못 알려진 것이 많다고 했다. "충청도 말은 절대 느리지 않고 오히려 되게 빨라요. 전라도도 말은 거친 줄 아는데 제일 따뜻한 말이에요."
성동일은 최근까지 류승범, 신하균, 심혜진 등과 함께 '페스티발'(이해영 감독)을 찍었고 드라마 '도망자'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영화 주연 제의가 들어왔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그는 "더 큰 역할을 하기보다 더 큰 사람들하고 놀고 싶다. '페스티발'에서도 비중은 제일 작지만, 전혀 따지지 않았다"면서 "어떤 역할을 부담 갖고 하고 싶지는 않고 일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