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 언급을 두고서는 말이 많다. 과거 두 차례 위안화 절상(2005년, 2007년)이 미국의 정치,경제적 압박이 작용해 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역시 G20정상회의를 앞둔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위안화 절상이 수출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위기(08년 9월 리먼 파산)직전부터 유지해 왔던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포기하는 일종의 출구 전략이라는 점, 이를 위한 전제로는 대외 수출 여건의 안정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유럽발 재정 리스크에도 미국소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거나 유로존의 경기가 중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악화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일단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 언급은 중국이 출구전략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글로벌 경기가 괜찮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
위안화 절상 재료만으로 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하고 강한 흐름을 이어나가기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다만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원화 강세가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007년의 경우 국내증시에서 매도 기조로 일관했던 기간이었음에도 외국인은 위안화 절상 직후 매수우위로 대응했다. 경험적으로 원화 강세를 유발했던 위안화 절상 이슈는 국내 증시 외국인 매수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우리증시가 오를 때에는 상대적으로 더 오르고, 내릴 때에는 덜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유는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내기업의 이익모멘텀 개선이다. 국내 기업이익 전망치의 상향조정으로 이익모멘텀이 개선되면서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 및 선진국 주요국과 기업이익 측면에서 비교해보면 최근 3개월 간 한국 기업이익의 증감률, 즉 증가 속도는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2개월 예상 PER도 8.9배로 여전히 저평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둘째, 수급측면에서 연기금이 매수세를 강화하며 투신권의 수급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6월 들어 지수가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자 국내주식형 펀드 자금유출이 재개되면서 투신권의 수급 공백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박스권 상단으로 갈수록 국내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현재 연기금이 투신권의 부족한 수급여력을 보완해주면서 수급 안전판 역할을 해주고 있다. 주가가 전고점 부근까지 올라왔지만 연기금이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는 그만큼 국내증시의 가격 메리트가 높다는 방증이다. 연기금은 장기투자를 하는 속성상 시장이 저렴할 때 매수에 나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저평가 논리와 수급여건의 개선이 현재 우리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전한 배경이라는 판단이다.
전고점을 앞두고 속도조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줄다리기 장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 다만 2분기 실적 모멘텀이 살아있는 업종과 종목 주가의 경우 긍정적 흐름이 예상되는 만큼 조정시 실적 중심의 시장 접근은 유효하다. 업종별로 중국 위안화 절상 이슈와 맞물려 최근 중국 관련주의 상승세가 부각되고 있으나 이는 순환매 흐름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순환매 패턴을 따라가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철저히 실적 중심의 기존 주도업종인 IT, 자동차, 화학업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