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방 끄트머리 여기저기에 줄기의 마디마다 각을 이루고 옆으로 비스듬히 자란 잡풀이 무릎 가까이 닿을 정도로 커 있다. 지금은 복개를 해서 보이지 않는 작업실 들어오는 골목길 또랑에서도 자란다. 뿐만 아니다. 뒷간 처마 밑, 밭두렁, 돌담 밑 등에서 아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나는 발길 닿는 곳이면 가차없이 뽑아서 한쪽에 쌓아두곤 했다. 강변에 작업실을 갖게 된 첫 해 여름날의 기억이다. 그 뒤 어느 해인지 처마 밑에 그 잡풀에서 꽃을 발견했다.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줄기 끝에 꽃이 매달려 있다. 워낙 작은 꽃이라서 쪼그리고 앉아서만이 바라볼 수 있다. 어쩌면 이렇게도 파격적인 모양새를 지녔을까! 그 이름이 닭의장풀이다. 달개비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기도 하다.
닭의장풀은 닭장 밑에서도 잘 자라고 꽃잎 모양이 닭의 볏과 닮아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흔하기도 하고 이름의 선입견 때문인지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시인 두보는 닭의장풀을 수반에 기르면서 꽃이 피는 대나무라 하며 아주 좋아했다고 하니 생각하기에 따라 귀(貴)와 천(賤)은 달라지나보다.
위로만 향하려는 눈높이와 큰 것을 가지려는 손에서 외면당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낮은 자세에서 보면 작은 것이 갖는 아름다운 매력과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