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제비갈매기 수천 마리가 날았다.
'어디서 왔지? 허허벌판뿐인데….'
6월 24일 새만금 방조제 군산 비응항 맞은편.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매립 공사가 한창이었다.
덤프트럭이 무시로 오갔다. 흙더미가 군데군데 보였다. 갯벌을 덮을 흙이었다. 아무 생명도 없을 것 같은 척박한 땅 위에 쇠제비갈매기 수천 쌍이 둥지를 튼 것이다.
쇠제비갈매기 둥지는 어른 손바닥만했다. 얕게 파인 바닥은 잔 자갈이 깔려 있었다. 알은 대개 2∼3개였다.
알을 품은 놈, 알을 깐 놈, 물고기를 물어다 새끼에게 주는 놈,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놈…. 매립장은 어느새 '쇠제비갈매기 세상'이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곳곳에 죽은 새끼들이 말라 비틀어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썩은 알도 적지 않았다. 나무 한 그루 없는 공사장에서 새끼들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일까. 어미와 아비 새들은 제 몸으로 그늘을 만들어 새끼를 품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들은 제 부모는 아랑곳없이 잡아 온 물고기만 보고 주둥이를 벌렸다.
여름새인 쇠제비갈매기는 몸길이가 28㎝ 정도로 주로 바닷가 자갈밭이나 강가 모래밭에 떼 지어 둥지를 튼다. 우리나라 전국에 서식하며, 4월 하순부터 7월까지 2∼3개의 알을 낳아 20∼22일 동안 품는다. 주로 물고기를 잡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