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직(56)씨는 시인이기에 앞서 서예가다. 첫 시집의 제목이 「붓으로 마음을 세우다」(황금알)인 것도 글씨 공부가 마음을 세우는 일이고, 참다운 나를 찾는 과정이어서다. 지천명이 넘어서야 첫 시집을 내놓은 시인은 "내 작은 섬에 갇혀 홀로 살았다"고 했다.
시작(詩作)이 마음 공부와도 같다고 여긴 그는 함부로 시를 쓰지 않았다. 아호'설우(소를 이끌다)'에서 알 수 있듯 소를 찾아, 소를 길들여, 소를 잊고서도 평화로운 마음을 우선했다.
집열쇠, 차열쇠, 사무실 열쇠가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은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는 것과 같다(시'고백')고 표현한 시인은 욕망에 이끌리는 자아를 응시하면서 참회한다. 15년 전 위암을 앓았던 아내를 통해 새로운 인생에 눈을 떴다는 그는 생의 보석은 다름 아닌 사랑임을 강조한다. 진 자리마다 열매가 맺히는 것처럼 내 한 목숨도 누군가가 내어준 꽃자리(시 '꽃 진 자리')라는 성찰은 삶에 대한 긍정과 낙관. 참회록과 같은 이 시집은 마음 세우기를 위한 자기 몸부림에 가깝다.
그에겐 붓을 드는 것과 시를 쓰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시인은 "형식만 다를 뿐 결국 같다"며 "더 울림이 크고 깊은 작품이 내놓기까지의 과정은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그동안은 일인칭 시가 많았던 것 같다"며" 큰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시를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완주 출생인 그는 전북대 사범대학·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금문천자문」을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