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0월께 진안군 일대 생태계에 커다란 변화가 시작됐다. 진안군 용담면, 안천면, 정천면, 주천면 일부, 상전면, 진안읍 일부 등 1읍 5개면 68개의 마을이 수몰됐다. 이같은 변화로 2001년 12월 탄생한 것이 용담다목적댐이다.
수몰로 인해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동·식물은 그러지 못했다. 상전벽해 수준으로 생태환경이 바뀜에 따라 수몰지역에서 살던 동·식물은 많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로 새 생태환경에 적응한 동·식물이 들어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09년 전북대학교 부설 생물다양성연구소에, 2003년 도내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된 용담댐 관련 공동조사위원회에 용담댐 건설 전후의 식생 변화 등이 포함된 조사를 맡겼다. 두 조사 용역에서 공통된 결론은 용담댐 건설 이전과 이후, 생태의 변화가 '하천 생태계에서 호소 생태계로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소는 땅 표면에 물이 고여 있는 크고 작은 호수와 늪, 소택, 습원 등을 통칭한다.
▲ 사라진 어종들
용담댐 건설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것은 어류 생태계다. 용담댐 완공 이전에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1급인 감돌고기와 퉁사리가 발견됐고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인 다묵장어, 꾸구리, 돌상어 등 3종이 출현했다. 그러나 완공 이후에는 감돌고기와 퉁사리만 일부 수역에서 출현했다.
일부 어종이 사라진 빈자리는 치리, 빙어, 은어 등과 더불어 배스, 블루길 같은 외래종이 메웠다. 특히 빙어와 은어는 인근 어민들이 상업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 결과 떡납줄갱이, 꾸구리, 돌상어, 점줄종개 등 4종은 발견되지 않아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위적으로 도입돼 지속적인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외래어종 배스와 불루길이다. 용담댐 인근 하천에는 감돌고기와 퉁사리 등이 서식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보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 식물생태계 변화는 적어
용담댐 인근에는 사철란, 뻐꾹나리, 왕벚나무, 태백제비꽃 등 4종의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또 지리대사초, 털중나리, 은사시나무 등 한국 특산식물도 12과 15속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용담댐 인근 조사구간에 서식하는 식물은 모두 101과 318속 509종 1아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용담댐 건설 이전과 이후 식물상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에 분포하던 종이 담수로 인해 절멸한 것과 담수화에 따른 귀화식물이나 수생식물의 유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담수 이전과 담수 이후의 식물군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호수변에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숲에 리기다소나무, 일본잎갈나무 등이 주되게 자리잡고 있다.
▲ 산란처 잃은 생물들
용담댐 건설은 곤충과 조류, 양서류 등의 서식환경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는 이들 생물이 번식할 공간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용담댐 인근 하천의 대부분 지역이 양서류의 산란장소로 적합한 웅덩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류 역시 하천의 자갈밭, 모래톱, 수변부의 초지 등이 많지 않아 번식과 서식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달,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 동·식물과 원앙, 황조롱이, 붉은배새매 등 천연기념물 등이 여전히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용담댐 주변 도로의 건설과 관광객의 증가는 각종 포유류 등의 로드킬을 증가시키고 있고, 조류의 번식과 파충류의 동면 등에도 지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생태계 보호 위한 노력 필요
용담댐은 전북의 상수원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흐르는 물이 고인 물로 바뀌면서 이곳에서 살아오던 동·식물의 생태계는 크게 바뀌었다. 특히 외래종의 도입은 그렇지 않아도 생태계 변화로 사라지거나 멸종위기에 놓인 동·식물의 서식과 번식을 크게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따라 소중한 자연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어 수자원공사와 자치단체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울러 용담댐 건설로 바뀐 식생은 주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3년 진행된 용담댐 건설 전후 식생변화 조사에 참여했던 신진철 전주의제21 사무국장은 "담수로 인해 주변의 생태계가 크게 바뀌어 동·식물의 삶과 서식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용담댐 건설 이후 주변에 안개가 짙게 드리우는데 이 역시 일조량 감소 등으로 인근에 서식하는 식물과 농작물의 서식환경 변화를 초래하는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