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껍데기 소통 - 이경재

세계적 웃음거리가 된 1995년의 삼풍백화점 사고는 1년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백화점을 지키는 경비보안 조장은 백화점 건물 옥상의 컨크리트 바닥 대부분이 균열로 인해 마치 조개껍데기처럼 깨져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사고 나기 1년 전이었다. 이 사실을 상부에 알렸지만 언제나처럼 묵살됐다. 사고가 난 뒤 그는 인터뷰에서 "윗 대가리가···"라며 원통해 했다. 따지고 보면 조직내 커뮤니케이션 부재가 부른 사고였다. 1994년에 일어난 성수대교 붕괴사고도 비슷한 케이스다.

 

소통(疎通)을 뜻하는 커뮤이케이션(communication)은 라틴어 communis(공통· 공유)가 어원이다. 동사 communicare는 '같이 이야기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소통은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의미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조직내 상하· 동료 간에 스스럼 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쉬운 것 같지만 사실 어려운 문제다.

 

소통할려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가 핵심이다. 노나라 임금 이야기는 좋은 예다. 우연히 날아온 바닷새를 노나라 임금이 데려와 자신이 좋아하는 술과 음식을 주면서 극진히 대우했다. 그러나 새는 슬퍼할뿐 음식도, 술도 한모금 먹지 못한 채 사흘만에 죽고 말았다. 진정으로 새를 기르고 싶다면 사람의 방식이 아닌 새가 원하는 것을 주어 길러야 한다는 우화다.

 

주변에 '껍데기 소통'들이 많다. 말로는 소통을 강조하면서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혀사는 사람, 내 생각만이 선(善)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 얘기를 듣기는 하지만 듣는 것으로 그만인 사람, 자신한테 불리할 것 같으면 서둘러 입을 막아버리는 사람 등등.

 

선거 때 소통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민선 5기 단체장들의 공통된 화두가 소통이다. 김완주 지사가 "민선4기 행정은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이었다"며 쌍방향 소통을 들고 나왔다. 그동안 소통하지 못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늦게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대화의 자리만 갖는다고, 얘기만 듣는다고 소통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지사가 아닌 주민, 시군, 직원의 입장에서 얘기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지사 자신이 변화해야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다. 그렇지 않으면 껍데기 소통일 뿐이다.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