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회 의장 선출 과정에서 몇몇 시의원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이 보이도록 투표용지를 접지 않고 투표함에 넣는 모습이 확인됐다.
7일 오전 전주시의회에서 열린 제9대시의회 전반기 의장 선출 투표에서 민주당 K의원과 J의원, L의원 등이 투표함 앞에 위치한 감표위원의 육안 확인이 가능하도록 투표용지를 편 채 수차례 투표했다. 이같은 광경은 현장에서 취재중이던 기자에게도 그대로 잡혔다.
이날 시의장 선거는 1차, 2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3차까지 실시됐으며 J, L의원의 경우는 연달아 지지 후보를 식별할 수 있는 상태로 투표용지를 펴서 투표함에 넣었다.
이들의 투표방식은'의장은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는 시의회 회의규칙 제8조에 배치되는데다 그동안 정가에 떠돌던 특정 지역위원회의 표 단속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무기명 투표는 투표용지에 투표인의 성명을 기재하지 않고 지지후보의 이름을 써내는 방식으로 누가 누구를 지지했는지를 알 수 없도록 한 비밀투표방식임에도 자신이 누구를 지지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는 행위여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시의원은 개개인이 전주시민들의 지지를 받은 동등한 자격의 대의기관 구성원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투표용지를 접지 않은 행위는 의장 선출에 있어 의원 주체적으로 투표하지 않고 특정집단끼리 담합하거나 누군가에 의해 후보 지지를 강요받았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L의원은 기자가 투표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며 "누구에게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투표방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의원은 의장 선출 직후에 있은 부의장 투표에서는 투표용지를 반으로 접어 투표함에 넣었다. 스스로의 설명에도 일관성이 없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L의원은 "부의장 선거 때는 무심결에 투표용지를 접었다"고 설명했다.
J의원은 "내 자신이 의장 후보여서 아무 생각 없이 했다"며 "내가 내 이름을 쓰는 데 뭘 감추겠느냐"고 반문했다. J의원은 그러나 '후보가 아닌 의원이 투표용지를 편 채 투표하는 행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조직적 결정이나 정치적 목적을 띤 행위로 볼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전주시 지역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지난 6일 밤 회동을 갖고 특정 후보 지지 결정과 함께 '감표위원들이 지지후보 이름을 확인 할 수 있도록 투표용지를 펴서 투표함에 넣도록 표 단속을 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의장 선출에서는 3개 지역위원회에서 각 1명씩의 감표위원이 투표함 앞에서 의장단 투표 상황을 지켜봤다.
또 지역정가에서는 민주당 전주 완산갑, 완산을, 덕진 지역위원회 소속 의원 3명이 각각 시의장에 출마함으로써 지역위원회와 후보 간 합종연횡설, 전후반기 의장 나눠먹기 밀약설 등이 유포되기도 했다.
한 시의원은 "그동안의 의정활동에서 지역위원장의 지시 등에 따라 자신의 투표용지를 공개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했다"고 말해 무기명·비밀투표 취지를 어기는 '절차적 민주주의 불감증'이 관행처럼 만연해 있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