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떻게 세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지 - 한기택

한기택(전 교육부 교육정책심의회 위원)

 

 

교과부가 지난해 초등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9년 전북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6학년의 기초학력미달비율은 2.1%로 경기와 함께 미달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중학교 3학년은 9.5%로 전남에 이어 두 번째로 미달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고등학교 1학년(인문고)은 5.0%로 미달비율이 다섯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전북 학력 하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며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

 

새로 취임한 김승환 교육감이 '어머님, 힘드시죠? 김승환이 덜어 드리겠습니다.'의 실현을 위해 공교육비·사교육비 동시절감 운영, 일제고사 폐지, 0교시, 우열반, 강제보충, 강제심야학습 폐지, 귀족학교·자율형 사립고 폐지, 공립형 혁신학교 운영, 기초학력 및 적성진단 프로그램 실시 등의 교육정책을 펼쳐 '학력을 상향평준화 하겠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첫째로 0교시, 우열반, 강제보충, 강제심야학습 폐지, 귀족학교·자율형 사립고 폐지에 대한 우려이다.

 

그렇지 않아도 성적이 저조한 전북에서, 공교육뿐만 아니라 사교육 여건이 열악한 전북에서,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위한 효율적인, 뚜렷한 대책도 제시하지 못한 체 대입수능시험이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학년 도중에, 앞에 쓴 모든 것을 일시에 폐지하는 포퓰리즘적인 교육정책을 펼치면 일선학교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사교육비 증가, 학력저하, 타 시·도와의 불균형, 영재들의 도외 유출, 방황하는 학생들의 증가 등의 문제점이 야기될 것이고 학부모들이 바라고 학생들이 원하는 '좋은 학교에 들어가겠다.'는 바람을 어떻게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다음으로 일제고사 폐지에 대한 우려의 소리이다.

 

명의(名醫)들도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MRI를 비롯한 다양한 진단을 하고 있다. 김승환 교육감은 초·중등교육에 대한 경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초·중등의 학력 관리를 해본 적이 없는데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무슨 묘안으로 전북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파악 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된다. 또한 학생들의 정확한 학력진단 없이 무엇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학력향상 기준을 설정하고 학력을 어느 수준까지 향상시킨다고 말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대부분의 학생도, 선생님도, 학부모도 시험은 좋아하지 않지만 학생(자녀)의 성적과 영역별 분석 결과를 정확히 알 때에 학력신장과 진로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교육효과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대입수능 모의고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유독 일제고사에 대해서는 폐지 또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전북학력 하위를 면하고 전북교육 발전을 위해서 일부 선생님들이 우려하고 있는 서열화 발표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교육적인 일제고사는 실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교육비와 공교육비 동시 절감'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에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공교육(학교현장)에 방과 후 교육활동, 기숙형 학교, 야간자율학습, EBS 교육방송 청취, 원어민교사 배치 등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사교육비를 만족스럽게 줄이지도 못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교육의 내실을 기하지도 못하고 있는 딱한 현실인데 무슨 기술로 공교육비 절감, 사교육비 절감, 학력신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자못 걱정된다.

 

일부 학부모들은 김승환 교육감의 교육정책이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의 소리도 있다.

 

교육은 변화하며 발전하는 것이지 개혁으로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김승환 교육감은 전북 학력하위라는 위기를 슬기롭게 해쳐나갈 것으로 생각되지만 수년간 누적되어온 학력의 부실을 하루 아침에 개혁적으로 이루려는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

 

학생, 학부모, 교원, 시민, 국가가 함께 활짝 웃을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지혜롭게 전북교육을 이끌어가기 바란다.

 

/한기택(전 교육부 교육정책심의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