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30년 썼지만 동시는 초보예요. 보통 시는 행복이나 영광스러운 것의 편이 아니고 불행이나 상처의 편이라 이야기하죠. 동시는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해요. 아이들이 가진 고민이 있더라도 고민을 보다 즐겁게 표현하려는 게 동시지요. 시는 속으로 열을 내면서 써야 하는데, 동시를 쓸 때는 신이 납니다."
두번째 동시집 「냠냠」(비룡소)을 펴낸 안도현 시인(49·우석대 교수). 윤동주, 정지용, 권태응, 박목월, 그는 신문학 초기부터 굉장히 중요한 시인들이 동시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100년 전 동시가 우리 동시의 정점이에요. 거의 90∼100년 동안 제자리걸음이죠. 시를 쓰는 시인이 동시에 참여함으로써 동시의 외연을 넓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첫번째 동시집이 아이들의 감각으로 말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 쓴 것이라면, 「냠냠」은 음식을 소재로 했다. 어린 시절에 먹었거나 아이들을 키우면서 먹였거나, 아는 집 아이들이 먹고 있는 것을 두루두루 취하려고 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식단을 점검하고, 음식 관련 논문도 챙겼다. 그렇게 누룽누룽 누룽지, 파마한 라면, 퀴퀴한 김치 악당, 빗줄기로 만든 국수, 불자동차 떡볶이 등이 탄생했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게 먹는 것이죠. 먹는 것의 중요성을 동시라는 형태로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고기만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채소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같은 민족이지만 세 끼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밥이 하늘처럼 귀하고, 밥 한 숟가락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는 "학교에서 시창작 시간에도 학생들에게 음식을 잘 만들어야 시를 잘 쓴다고 강조한다"며 "자기 식 라면을 끓일 줄 아는 것, 김치, 파, 계란 등을 자기 식대로 곁들일 줄 아는 것 속에 창의성이 생겨난다"고 덧붙였다.
"제 어린 시절을 보면 동시 읽을 기회도 많지 않았고, 교과서 동시는 감동을 주지 못했죠. 동시를 읽으면서 아이들이 흥 같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눈에 번뜩 뜨이는 동시를 읽다보면 창의성을 키우는 데 이보다 좋은 재료는 없을 겁니다."
「냠냠」을 탈고하고, 주변 아이들 10명에게 먼저 읽혔다. 재미를 기준으로 동그라미표와 가위표를 해달라고 했더니, 동그라미를 고루 받았다. 그는 "예상 밖으로 아이들 눈이 다양하고 고정돼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막걸리든, 닭찜이든, 자장면이든, 뭐든지 요리할 수 있다는 시인은 자신의 동시가 비빔밥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눈이 즐겁고, 갖가지 채소가 들어있어 맛도 좋고 영양분도 골고루 들어있는 비빔밥. 시인의 동시를 읽다보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