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람문학관 건립 이번엔 부도 안나게

한국 현대시조 부흥의 중심 시인이자 국문학의 태두인 가람 이병기선생의 생가가 관리부실로 마치 폐가나 다름없이 방치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담장은 무너지기 시작해 붕괴를 걱정할 정도이며, 마루와 모정 바닥은 뜯겨진채 건물 곳곳에 거미줄이 쳐있고, 죽은 곤충들이 흉물스럽게 나딩굴고 있다는 현지 보도다.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에 자리한 가람의 생가 관리가 이 정도이니 가람의 생애나 문학세계등을 현지에서 살펴본다는 것은 한 마디로 기대난이다. 사후(死後) 40년이 지나도록 원고나 유물등 자료를 보관해 가람을 기리는 문학관이 없기 때문이다. 가람의 체취를 느끼기 위해 이곳을 찾는 후배 문인들이나 익산시 안내지도를 들고 찾아온 관광객들은 입맛이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지난 5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방문단이 가람 생가를 방문할 계획을 세웠지만 생가가 초라하다는 이유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람의 문학사적 위상을 감안할 때 거목을 배출한 지역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람 생가는 가람이 출생한 곳이자 그 곳에서 집필활동을 하고 여생을 마친 곳이기도 하다. 당호인 수우재(守愚齋)도 어리석음을 지키라는 뜻이다. 가람 생가는 작고 문인들이 작품을 남겼던 창작의 산실 가운데 온전히 남은 전국적으로 몇 안되는 곳 중의 하나다.

 

전북도는 가람의 위상이나 생가의 문학사적 가치를 인정해 도(道) 지정기념물 6호로 지정했다. 그런데도 예산 부족등의 이유로 이렇게 방치하고 있으니 자치단체의 문화유산 관리에 대한 무관심이 놀라울 따름이다. 5년전 익산시가 문학관 건립과 인근에 공원 조성계획을 세워놓고도 아직 시작도 못한채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과연 실천의지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등록된 문학관이 46곳에 이를 정도인데도 가람 문학관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익산시의 무성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익산시가 문학관 건립 사업을 가람 시조마을 조성으로 확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 이한수시장의 선거 핵심공약의 하나로 130억원을 들여 2016년까지 완공시킨다는 것이다. 이번엔 공수표로 그쳐선 안된다. 2014년엔 또 지방선거가 있다. 이 시장은 재임기간중 문학관 건립을 완공시킨다는 각오로 추진하기 바란다.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 빠른 시일내 문인들및 관계자들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일정등을 협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