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대학생과 석학들이 논하는 철학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치철학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하버드대 학생들과 석학들의 인터뷰를 실은 책이 나왔다.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돌베개 펴냄)는 하버드대 학부생들이 창간한 철학잡지 '하버드 철학 리뷰'의 학생 편집자들이 1991년에서 2001년 사이 세계적인 철학사상가들과 한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인터뷰 대상은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기호학자이자 철학자, 미학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를 비롯해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남자다움에 관하여'의 저자 하비 맨스필드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샌델 교수,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 교수 등 모두 14명.

 

이 책은 학생들이 학자들의 저서에 담긴 사상에 관해 질문을 던지면 학자들이 이에 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의 질문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학생들은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철학을 탐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으로 석학들의 진땀을 빼놓는다.

 

에코는 1993년 인터뷰에서 소설을 쓸 때 철학적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느냐는 질문에 "소설을 시작할 때 특정한 철학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소설을 쓸 때는 영화의 한 장면으로 만들 인상을 갖고 다수의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사실을 재현하려고 노력한다. 독자들에게 연속된 물음을 던질 뿐 대답을 해주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2002년 타계한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정의론'의 저자 롤스는 1991년 인터뷰에서 어떻게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됐느냐는 질문에 "어떤 것에 대해 어떻게, 왜 관심을 갖게 됐는지 우리는 실제로 알 수 없다. (중략) 전쟁에 대한 경험은 우리 세대를 지금 세대와는 매우 다르게 만들었다. 1943년 초반부터 1946년 초반까지 3년 동안 태평양, 뉴기니, 필리핀, 일본에서 군 생활을 했다. 그 경험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지만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틀림없다"고 답했다.

 

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철학을 공부하라고 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학생들에게 철학에 뛰어들라고 권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철학의 결점을 더 강하게 부각시킵니다. 그대로 강렬히 하길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렇지 않으면 철학에는 고난과 시련이 있기 때문에 철학에 뛰어들어서는 안됩니다."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도 하나같이 만만하지 않지만 이에 대한 석학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더 큰 장점이다.

 

강유원. 최봉실 옮김. 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