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 부채공방이 있는 방화선(53·전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태극선 기능보유자)는 늘 기다렸다는 듯 사람을 맞는다. 먼저 웃고, 먼저 손을 내민다. 대나무에 베이고 대가시에 찔려서 손은 늘 고생이지만, 그가 만든 부채는 사람들에게 늘 시원한 바람과 환한 웃음을 가져다준다.
20일부터 26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부채의 전설'전은 그런 부채에 멋과 여유를 담아 초록 바람을 몰고 오는 전시다.
"이번 전시엔 선면 위쪽은 넓고, 아래쪽은 좁으면서 선면의 길이가 길어 마치 오리발을 연상시키는 듯한 듸림부채의 응용작들을 내놓았습니다. 듸림부채를 액자에 넣지 않고 옛 문살틀이나 목재로 만들어진 생활용품을 함께 전시해 내놓았어요.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들이죠."
부채는 형태에 따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합죽선(쥘부채)과 넓은 나뭇잎 모양의 방구부채로 나뉜다. 그가 만드는 것은 태극선. 선면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만들어 독창적인 미를 표현해온 그는 태극선에서 최고의 장인을 꿈꾼다.
"이젠 기계로 태극선을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손으로 만든 부채는 고풍스러움이 묻어납니다. 문양의 상징성은 태극무늬에서 가장 잘 부각돼요. 태극선이 바람을 일으키는 동안 우주가 움직이는 것 같고, 바람을 일으키지 않을 때에는 꿈틀거리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삼라만상의 조화가 다 이 안에 있죠."
그는 부채얼굴에 장수와 구복을 뜻하는 십장생을 변형하거나 단순화시킨 무늬로 표현했다. 면의 활용도가 높은 태극선에 다양한 색감으로 색상 대비까지 시도해 멋스러움이 잘 드러났다.
그가 또 다르게 신경을 쓴 부분은 부채자루. 대개 부채자루는 나무에 약간의 손질만 더하게 마련이지만, 꽃봉오리나 줄기문양을 아름답게 새겨 맵시있게 연출했다. 매듭, 꼬아놓는 줄, 새의 다리를 형상화한 문양까지 신경 써서 차별화한 것. 부채 하나 하나가 고졸한 미감 속에서 묘한 현대적 세련미를 드러낸다.
그의 아버지는 고(故) 방춘근(전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태극선 기능보유자)씨.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우리 부채의 복원과 재현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부채 만들기가 갈수록 사양산업으로 되다 보니 마음이 여간 씁쓸하지 않다.
"전주의 특산품이 부채잖아요. 그런데 부채를 만들어보겠다는 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전주에서 이것을 만들지 않으면, 누가 하게 될 지 걱정이에요. 어려운 길이어도 자존심으로 이어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