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20대 X새끼론'에 대한 나의 반발 - 임숙정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지난해 한 대학교수가 대학 신문에 특별 기고한 글이 도화선이 되어 인터넷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다. 바로 김용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가 충남대 신문에 기고한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라는 글에서 파생된 '20대 X새끼론'이었다.

 

'5월30일, 서울광장이 '털렸다''로 시작되는 이 글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너희는 안 된다. 뭘 해도 늦었기 때문이다.' 라고 다소 과격하게 끝맺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하면서 스펙 쌓기에만 급급한 20대를 비판한 한 대학교수의 기고문을 읽으면서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었다.

 

나는 항상 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곤 하였다. 술자리에서 후배 한 명이 "전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존경받을 만한 대통령인거 같아요."라는 말 한마디 했다가 그에 대해 반박하느라 술자리가 파투되기도 했으며 관촌중에서 '미선이·효순이 사건'을 계기로 반전배지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수업에 빠지고 임실 관촌중으로 가서 아이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투표권도 없으면서 모 후보를 지지하라고 친구들을 선동(?)하고 다녔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는 앞장서서 탄핵반대 시위를 나가기도 했다. 광우병 소고기 파동이 났을 때는 미국산 소고기 반대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출근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는 그 기간 내내 상복을 입고 출근하며 인문대 복도에는 작은 분향소를 만들기도 하였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나는 이상한 20대였다. 내가 이상한 20대로 취급받게 만드는 20대를 나 역시 욕하곤 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나의 생각이 잘못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 정치와 사회에 관심 있다고 생각한 건 나의 오만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관촌중을 갔을 때 나는 혼자 가지 않았다. 과 선배와 함께 동행 했다. 그리고 관총중에서 사온 뱃지를 전주대 학생회관 앞에서 나누어 주었을 때 학생들은 너무나도 고맙게 그걸 받아갔다. 고(故) 노무현 탄핵 반대 시위현장에서 정치인들만 발언하는 상황에 욱하여 마이크를 잡고 내 의견을 말할 때 내 나이 또래의 학생들이 나를 응원해줬던 기억도 있다. 광우병 소고기 파동이 났을 때는 학부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던 기초 한국사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시위현장에 가려고할 때 수업을 듣는 7명의 학생이 같이 가자면서 내 손을 잡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인문대 복도에 내 개인 노트북으로 하루종일 추모영상을 틀어놓았지만 아무도 노트북을 훔쳐가지 않았으며 그 옆에 분향하라고 놔둔 국화 꽃다발은 한 시간도 안 되어 동이 나고 말았다. 나 혼자만이 이상한 20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어쩌면 행동으로 시대에 맞서 싸웠던 386세대들이 보기에 현재의 20대는 취업에만 급급하며 사회와 정치에는 무관심한 세대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만큼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재의 20대에 희망이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20대는 충분히 희망적인 세대이다. 여기 그 증거들이 있다.

 

/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 임숙정 연구원은 진안 마령중 교사, 한국고전문화연구원 연구조교를 했으며, 현재 전주대 고전학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