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아."1980년대 초 나온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서 술집 작부인 부월이가 주인공인 저수지 감시원 임종술에게 완장의 덧 없음을 이렇게 설명한다.세상사를 완장 하나로 깊이 있게 조명한 대목은 놀랄만 하다.완장은 명예욕의 상징으로 본성까지도 드러난다.완장 차면 괜히 폼 잡고 싶고 어디 가서 대접 받고 싶고 앞자리에 앉고 싶어진다.
하빠리 완장이나 진짜배기 완장이나 완장은 완장이다.하빠리 완장 하나만 차도 기세 등등해 위세부리고 폼잡고 산다.종술이가 찬 완장은 하빠리 완장이었는데도 그 위세에 도취돼 나중에는 이성도 잃었다.제 위에 마치 사람이 없는 것처럼 촌놈 근성이 나타났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며 날뛰기만 했다.예나 지금이나 완장만 차면 올챙이 적을 잊고 딴 생각들만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신 지역을 중심으로 실세그룹이 형성된다.MB정권도 예외가 아니다.포항과 영덕 출신 공직자들이 영포목우회를 조직해서 국정을 농단했다는 것이다.계통을 무시하고 끼리끼리 뭉쳐서 권력을 나눠 먹었다.이들은 종술이 마냥 완장을 차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총리실 전 공직윤리지원관은 떠도는 MB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링크해서 올린 민간인을 잡아다가 영장 없이 뒤지고 은행에 압력을 가해 지분을 포기하고 대표이사직을 사직케 했다.
지금 중앙이나 지방이나 완장 차고 거들먹 거리는 세력이 있다. 배지 찬 일부 지방의원도 이에 속한다. 목에다 잔뜩 힘이나 주고 인사나 이권개입 창구 노릇을 할려고 하기 때문이다. 전북도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전주시장 때부터 김완주지사를 보좌해온 한 측근이 자기 사람들을 전진 배치 해두고 있다. 청내에서는 그의 영향력을 감안해 고위직까지도 그의 눈치를 살필 정도라고 한다.
도청내 힘 있는 각 실 과 담당 자리에 영포목우회처럼 그와 가까운 동향및 고등학교 동문들로 채워져 있다.부월이의 말처럼 진짜배기 완장 찬 사람은 눈에 뵈지도 않는데 그의 모습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백성일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