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을 짚고 힘겹게 무대 위로 한발씩 옮기는 장애인을 보며 객석 여기저기에서 '파이팅' 소리가 쏟아졌다. 무대 가운데 선 장애인은 목발에 기대 서 '연상의 여인'을 정성껏 불렀다. 노래를 마치고 돌아서는 장애인에게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21일 전북도청 대강당에서 전북장애인복지문제연구소와 (주)실버방송 주최로 열린 '제4회 전국 장애인 가요제'에 참여한 지체장애 2급 윤석근씨(57·전주시 팔복동)는 노래를 마친 뒤 "뜻대로 안됐어. 연습을 덜 했더니"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올해로 4년째 열리고 있는 이 가요제에는 전국 43명의 장애인과 장애인이 포함된 팀이 예선에 참여했으며, 이날 14개팀이 본선 무대에 섰다. 윤씨는 4년 연속 전국 장애인 가요제에 출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올해는 3등에 해당하는 은상을 수상했다.
"장애인도 문화적인 생활을 해야 해요. 몸이 불편하다고, 외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외부 활동을 접으면 스스로의 감옥에 갇히는 셈이죠."
윤씨는 4년 연속 가요제 출전의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노래 뿐 아니라 스포츠에도 열성이다. 10여 년간 좌식배구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며 해외 대회에 출전해 우승컵까지도 안았다. 또 1980년 전북지체장애인협회가 임의단체로 꾸려질 당시에는 주축 멤버로 일하는 등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6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나이도 들어감에 따라 외부 활동은 잦아들고 있다. 그럴 때마다 윤씨에게 힘이 돼 주는 게 노래였다.
"장애인들이 이렇게 마음 놓고 노래할 수 있는 판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망설이지 마세요. 마음을 지체하면 몸의 지체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윤씨는 외부 활동을 꺼리는 다른 장애인에게 지면을 빌어 조언을 했다.
세 살 때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불편한 채로 평생을 살아왔지만 주어진 환경 또는 그 이상에서 활동하며 삶을 즐기는 윤씨는 웃음이 서투르다 면서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울러 다음 가요제에서는 노래 연습을 많이 해 반드시 대상을 타겠다는 야무진 포부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