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신화 일군 한국 여자축구

시스템으로 길러진 황금세대…한국 여자축구 전성시대 열다

"첫 번째 볼 터치부터 선배들과 다르다. 어릴 적부터 체계적으로 육성된 황금세대다"

 

2010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첫 4강 진출을 달성한 '최인철호 태극낭자'에 국민적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U-20 여자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치러진 대회 8강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3-1 완승을 하면서 선배들이 해내지 못했던 4강 진출의 영광을 맛봤다.

 

특히 4경기에서 6골을 뽑아낸 지소연(19.한양여대)을 비롯해 3골을 뽑은 이현영(19.여주대)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로 강력한 슛을 자랑하는 김나래(20.여주대)와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정혜인(20.현대제철) 등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U-20 대표팀 선수들이 이처럼 뛰어난 성적을 거둔 요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축구인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성과에 따른 축구붐과 2003년 여자축구대표팀의 사상 첫 월드컵 출전을 계기로 초등학교에 여자축구팀이 생기고, 여기서 기본기를 익힌 선수들이 축구협회의 상비군 시스템을 통해 길러진 결과라고 평가한다.

 

한국 여자축구는 1990년 9월 동대문운동장에서 일본과 친선전을 치르면서 사실상 첫 걸음을 내디뎠다. 결과는 무려 1-13패. 사흘 뒤 치른 두 번째 친선전에서도 한국은 0-5패를 당하면서 엄청난 실력 차를 실감해야 했다.

 

초창기 한국 여자축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하키, 육상, 핸드볼 등에서 활약하다 새로운 종목에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기본기보다 경기에서 이기는 법을 먼저 배워야만 했고, 발전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

 

여자축구 1세대였던 이명화(은퇴)와 차성미(국제심판)는 각각 펜싱과 투창을 했던 선수였지만 뛰어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스트라이커 계보를 시작했다.

 

이후 여자축구는 이지은(예성여고 감독)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등장해 2001년 8월 브라질, 일본을 초청해 치른 토토컵에서 일본과 브라질을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그때부터 초등학교에 여자축구부가 생기기 시작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달성과 더불어 여자대표팀이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때 본선에 처음 출전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을 계기로 대한축구협회는 여자축구 유소년 상비군제를 도입해 U-12와 U-13, U-16 등 연령별 대표를 선발해 여자축구 전임강사를 투입하면서 본격적인 조련을 시작했다.

 

축구협회의 지원 속에 실력을 키워나간 선수들이 바로 지소연과 정혜인, 이현영, 김나래 등 현재 U-20세 대표선수들이다.

 

안종관 전 여자대표팀 감독은 "지금 U-20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축구만 해온 선수들이다"며 "여름 및 겨울 방학에 파주NFC에서 전임강사들의 지도를 통해 유소년 시절부터 기본기를 착실하게 다져온 선수들"이라고 설명했다.

 

안 감독은 이어 "1, 2세대 선수들은 다른 종목에서 전향해 축구를 해온 터라 기본적으로 실력 향상의 한계가 있었다"며 "지금 U-20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신체 밸런스를 축구에 맞춰왔고 패스와 킥이 뛰어나다. 볼 터치부터 선배들과 차이를 보인다. 연령에 맞는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아온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U-20 여자 월드컵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은 마치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스페인이 보여줬던 정밀한 패스워크를 연상하게 만든다.

 

멕시코와 8강전에서 나온 이현영의 선제골은 지소연의 정확한 크로스가 바탕이 됐고, 이현영의 쐐기골도 김나래의 정확한 침투 패스를 통해 이뤄졌다. 지소연의 프리킥골 역시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온 것이다.

 

이미 U-12 대표팀부터 한솥밥을 먹어왔던 선수들이 7∼8년 호흡을 맞춰오면서 완벽한 패스워크가 이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