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강(부안강 또는 동진강)은 태인과 정읍 사이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흘러 김제, 부안의 양 군(郡)을 통과하고 서쪽으로 돌아서 바다로 흘러간다. 그 총 길이는 짧아도, 하구에서 상류의 40리(16km) 사이는 작은 배가 통과할 수 있다.'(한국토지농산조사보고, 1905년)
동진강은 본래 정읍 내장산에서 발원, 정읍천을 본류로 하여 진봉반도와 계화도 사이에서 바다로 유입됐다. 고부천과 원평천·두월천·신평천 등의 동진강 지류는 본류를 거치지 않고 별개의 수계로서 서해로 직접 흘러든다.
예전에는 정읍천이 합류되는 신태인 서쪽의 하천바닥이 낮아서 홍수와 사리가 겹칠 때는 신태인 부근까지 바닷물이 들어오기도 했으며, 부안군 동진면 문포에서 상서면 고잔리 목포까지 곡식을 실어 나르는 수십척의 배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동진강 유역은 자연상태에서는 지면이 평탄한 범람원과 간석지다. 홍수 때나 밀물 때는 물이 차고, 강바닥이 얕아서 유량도 부족, 농사짓기에는 아주 부적합했다. 그러나 유역 주민들은 지형에 맞게 보(洑)를 설치하여 그 주변 소규모 간석지를 개간하여 농사를 지어 왔다.
1925년 설립된 동진수리조합은 임실군 운암리에 운암저수지(옥정호)를 만들어 정읍군 산외면 종산리 팽나무정 마을 부근 계곡까지 도수터널로 섬진강 유역의 물을 동진강 상류로 유역변경시켰다. 저수지에 모아둔 물을 동진강 유역으로 끌어들여서 관개에 이용한 것이다. 이른바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된 유역변경식 관개방식이었다.
이와함께 하천 직강공사로 자유곡류하던 동진강이 직강화(유로의 직선화)됐다. 또 제방 축조 후 동진강 하류는 인공하천이라 할 만큼 인위적으로 지형이 크게 변모되었다. 섬진강 수계의 물을 끌어내는 유역변경으로 인해 동진강의 길이는 인위적으로 변경되었던 것이다.
해안평지까지 물을 공급함에 따라 넓은 만을 끼고 발달한 간석지(갯벌)는 간척지화 되어 해안지형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전북에서 연속적으로 간석지가 발달된 곳 중 하나는 옥구반도와 변산반도 사이의 만이다.
1929년 동양척식회사 토지개량부의 조사에 의하면 당시 전북지역 간석지 면적은 5849ha였다. 이 중 1940년말 5829ha가 간척된 것을 보면 전북의 거의 모든 간석지가 간척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대대적인 간척사업이 전북에서 이루어 진 것이다.
일제시대 동진강 유역의 간척사업은 6개소에서 진행됐다. 간척지 면적은 약 5000ha, 방조제 길이만 약 38km나 됐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김제 진봉반도의 광활간척지다.
아베(阿部)농장에서 개편된 동진농업주식회사가 1800여ha의 해면평지에 간척공사를 진행, 광활간척지를 조성했다. 진봉반도 남단의 거전에서 학당에 이르는 지역에는 10km의 해안방조제를 만들어 해안지형을 크게 변화시켰다. 이로써 1949년 광활면이라는 행정구역명이 생겨나게 되었다. 면 전체가 간척지만으로 이루어진 전국에서 산이 없는 유일한 지역이다.
해방 후 동진강 유역의 지형을 가장 크게 바꾼 것은 계화도 간척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염습지가 아닌 어민의 어장을 대상으로 벌인 최초의 대규모 간척사업이었다.
1979년 계화간척사업 이후 1991년에는 서해안 지도를 바꿀 새만금사업의 첫 삽을 떴다. 그리고 지난 4월 세계 최장의 새만금 방조제가 착공 19년만에 준공됐다. 4만100ha의 바다가 육지(2만8300ha)와 호수(1만1800ha)로 바뀌는 것이다. 이는 계화도 간척지 매립면적의 10배가 넘고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이르며 전주시 면적의 두 배에 달한다.
지난해 8월 국립환경과학원은 우리나라 서해안의 길이가 90여년만에 40% 짧아졌다고 밝혔다. 간척이나 매립 등의 개발행위로 인해 해안선이 직선화 되었기 때문이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한강 하구부터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서해 해안선 길이가 약 2100km로 1910년대 3500km에 비해 무려 1400km 짧아진 것이다.
전북의 해안선은 대대적인 간척사업으로 인해 훨씬 더 짧아졌다. 전북지역 해안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 간석지와 굴곡해안, 해안사구 등 고유 자연경관이 발달했다. 그러나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간석지가 줄어들고, 해안선이 직선화되면서 전체 길이도 급격히 감소했다. 전북지역 해안선은 우리나라 서·남해안 가운데 가장 단조로운 모습을 보인다.
/소순열(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 공동기획: 만경강 생태하천가꾸기민관학협의회·정읍의제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