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고의 탄생
정부가 지난해 3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자율고 조항을 신설하고 4월 10일에 자율고 지정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교과부령으로 공포하면서 제도화됐다. 교과부는 자율형사립고는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인 학생이 교육과정 등을 기준으로 학교를 선택하고, 학교는 선발경쟁이 아니라 교육경쟁을 실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2010학년도에 30개, 2011학년도에 100개를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 자율고의 변질
그러나 지정목표 학교수에 매달리면서 자율고는 변질되기 시작했다. 많은 학교들이 '교육과정의 자율성'은 외면하고 '우수학생 선발'에 눈독을 들이자 교과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도교육청이 지난해 7월 자율고를 신청한 군산중앙고와 남성고에 대해 지정불가 결정을 내리자, 교과부는 8월 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기준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재지정을 추진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자율형사립고가 지정된 지역에 대해서만 자율형공립고를 지정하겠다는 등의 새로운 조건도 제시했다.
▲ 지정 부적합과 적합 사이
2009년 군산 중앙고와 남성고에 대한 부적합 판정의 근거는 수익용기본재산 등 재정여건이 취약해 법인전입금 기준액 충당이 불투명하다는 것과 학생 수용계획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등 크게 보아 두 가지 이유이다. 올해의 경우 법인전입금의 바탕이 되는 수익용기본재산이 지난해에 비해 일부 보완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자율고 지정에 따라 타 시·군에서 학생이 유입되면 그 만큼의 학생들이 다른 지역 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학생수용 여건도 변함이 없다. 또 남자고등학교가 군산은 4개, 익산은 3.5개(1개는 남녀공학)에 불과해 자율고가 지정되면 평준화정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올해는 남성고 출신의 최규호 전 교육감이 선거불출마를 결심했다는 점 뿐이다. 6·2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뤄진 올해의 자율고 지정에 대해 정치적인 선심성 배려이자 무리수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지정 취소 추진
도교육청은 법정부담금 납부계획의 현실성 등을 거론했지만, 실질적인 취소이유는 교육철학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행정절차상의 하자에 따른 법적행위라기 보다는 지역실정과 전혀 맞지 않는데도 지역의 여론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 자율고 지정권을 도교육감에게 부여한 것도 지역의 사정과 여건을 충분히 감안해 판단하라는 뜻이라는게 도교육청의 판단이다.
▲ 앞으로의 전망
자율고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도교육청이나 도교육청의 '취소를 취소'하겠다는 교과부나 서로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지다. 뚜렷한 행정절차상의 과실이 없는데도 이를 취소하겠다는 도교육청의 입장도 억지스럽지만, 평준화지역내 자율고 지정때 교과부와 협의하도록 한 것이 자율고 지정을 제한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취소때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해석은 다소 과장된 듯하다. '법령에 위배될 경우' 주무부장관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 제169조도 이 경우에 해당되는지는 모호하다.
따라서 이 문제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법정소송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되고 이에따른 혼란과 부작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피해는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어느 쪽의 말도 절대적으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