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무의식속 기억의 편린, 부분과 전체로 답하다

서양화가 강현덕 개인전 19일까지 서울갤러리 '차'

강현덕作 (desk@jjan.kr)

화가이자 설치작가인 강현덕씨는 과거·현재· 미래의 무의식 속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는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쫓아 그리다가 지우고 또다시 덧칠한다. 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갤러리 차에서 열리는 개인전 '부분과 전체'는 무의식 속 존재하는 기억의 편린을 다양하게 형상화시켜 씨줄과 날줄로 엮은 전시다.

 

"우리가 뭔가 하나에 몰입하다 보면 그것만 보이잖아요. 내 생각에 갇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봐야 하는 거고요. 그런 관점을 '부분과 전체'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품 '의도되지 않은 효과'는 줄이 그어진 노란 노트를 차용했다. 사람과 물건을 단순화시켜 그린 뒤 오려낸 종이를 여러 장 겹쳤다. 중복되지 않은 선과 면은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낸다.

 

"노트에 그어진 줄처럼 우리의 일상도 매일 똑같잖아요. 일어나서 밥 먹고, 일하고, 이야기하고…. 그런데 이런 부분을 오려내면 여백이 남습니다. 미처 보지 못했던 형상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노트를 겹쳐 놓고 보면 의도되지 않은 또다른 형상이 나타나구요. 인생이 내가 의도하고, 계획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뜻합니다."

 

작품 '흐름'도 그의 내면을 조합한 것이다. 고화(古畵) 혹은 민화(民畵)의 속 이미지, 기억 속 형상을 그린 다음 여러번 덧칠하는 과정의 반복. 중첩된 색은 때로는 흐리거나 무겁게, 때로는 맑거나 가볍게 보인다. 한 장 한 장 일기를 써내려가듯 수많은 감성의 고리가 엉켜 있다.

 

설치작품'플레이 플레이(Play Play)는 평면과는 또 다른 색과 면의 유희를 보여준다. 핑크빛 파라핀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로 갑옷과 금고, 하트 모양을 만들어왔던 그는 이번엔 입에 넣으면 살살 녹을 것만 같은 사탕을 내놓았다.

 

"우리가 먹는 사탕은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습니다. 이걸 만든다고 생각해보세요. 결국 역설적인 상황을 설정한 거에요. 관람객 스스로에게 존재론적 의문을 제기하는 거죠."

 

수도권 전시 지원 사업의 일환인 이번 전시는 징검다리를 건너듯 순간 순간 역설적인 즐거움을 안긴다. 그는 전북대 미술대학과 독일 브레멘 예술대학 회화 설치과·함브르크 예술대학 조각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순천향대학교를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