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내기 문화의 확산
최근 모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남성의 인권을 보장한다면서 매 회마다 "여성들이 밥을 사는 그날까지 날성들이여" 일어나라!를 외친다. 내용인즉, 여성들이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남성들은 돈은 돈대로 쓰면서도 남녀차별주의자로 오해받는 억울한 일이 많다고 하소연 한다. 남성들의 말에 따르면, 여성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돈을 쓰지 남자친구한테는 돈을 거의 안 쓴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 덕분인지 근래에는 각자내기를 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 전에는 "내가 한턱낸다"라며 한 사람이 전체 비용을 부담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턱낸다"는 말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근래에는 '각자 내기'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연인 사이의 데이트 비용 또한 전에는 남자가 전적으로 부담했었는데, 이제 각자내기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가 20~30대 미혼남녀 493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비용 각자내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61.5%가 '다소 또는 매우 찬성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 더치페이는 '콩글리쉬'
대학생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더치페이(dutch pay)'는 '콩글리시'다. 영어권에서는 'Going dutch', 'Dutch treat', 'Dutch date'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갹출(醵出) 하자'라거나 '뿜빠이(分配)하자'고도 하는데, 이는 각자내기의 어색함을 다른 식으로 해소하려는 잘못된 표현이다. 뿜빠이는 일본어에서 온 속어로 저속한 느낌을 준다. 갹출이란 같은 목적을 위하여 여러 사람이 돈을 나누어 냄으로써 개인 부담을 최소화시키면서 공동의 뜻을 성사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각자내기'의 뜻과는 별개다.
각자내기는 2명 이상의 단체가 모여 어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돈을 계산할 때, 한꺼번에 계산하지 않고, 각 개인이 취한 부분에 대해서 각자 돈을 따로 치르는 계산방식을 뜻하는 우리말 표현이다. 간단히 말하면 각자내기는 말 그대로 '비용을 각자 내는 것'을 말한다.
/문화전문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