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산을 확보할려면 그에 상응하는 논리와 고증, 구체성과 당위성 등을 갖춰야 하는 건 상식이다. 국가예산을 근거도 없이 아무 곳에나 지원하는 나라는 없다.
정치인이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현실성이나 예산 담보력도 없이 덜커덩 현안사업으로 설정해 놓고 정부한테 예산 내놓으라고 하는 격이니 정부 예산 관계자들이 웃을 일이다. 전주 4대문 복원사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는 각 부처별로 지금 내년도 국가예산 편성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전주시가 요구한 전라감영 복원사업 예산 100억 원(총 748억 원)과 전주부성 4대문 복원사업 예산 70억 원(총 900억 원)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방문화재에 대해 국가예산 지원 사례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지방문화재에 대한 국가예산 지원 전례가 없다는 걸 알고서도 다른 특별한 장치 없이 예산을 정부에 요청했다면 너무 안일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작년에도 두 사업비로 각각 100억 원과 28억 원 등 모두 128억 원을 요구했지만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었다. 이런 예산 요구태도는 창의성 실종 말고는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두 사업은 전주의 역사적 정체성과 전통성을 살리고 전통문화의 산업화를 위해 구상된 사업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치밀한 사업계획과 추진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4대문 복원은 이제부터 구체적인 실증자료를 확보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심혈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자치단체가 기본적으로 할 일은 한 뒤 사업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국가예산을 요청하는 것이 순리다.
전주시는 전라감영 터를 국가문화재로 승격 받는 문제, 4대문에 대한 실증자료 확보 등 사안들을 차근차근 챙기는 것부터 해야 할 일이다. 특별법도 한 방법이지만 전주만을 위한 법 제정은 어렵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예산타령에 앞서 추진 주체를 어디로 할 지, 국비와 지방비 분담을 어떻게 할 지, 완전 복원 또는 부분 복원 등 사업은 어느 규모로 할 지 등 내부의 기본 뼈대부터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요건이 충족되면 정부도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