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아저씨

거침없는 액션…사람냄새 뭉클…꽃미남 원빈 목숨 건 소녀 구출

한국 영화는 절대 극장에서 보지 않는 한 지인이 있다. 할리우드 영화만큼 스케일도 크지 않고 액션도 볼품없는데 굳이 큰 스크린으로 볼 필요가 없다나. 역시나 우연히 넉넉하게 생긴 '아저씨' 시사회표를 주었더니 한국 영화라서 보지 않겠다고 했다. 주인공인 원빈만 봐도 된다고 홀려 늦은 밤 극장에 들렀고 영화가 끝났을 때, 그녀는 기립박수를 쳤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했다면 '아저씨'는 한국영화 골수팬을 만들었다.

 

▲ 아저씨(액션,드라마/ 119분/ 청소년 관람불가)

 

원빈이 돌아왔다. 우수에 젖은 눈빛하며 잘생긴 외모며 긴 손가락까지 모두 그대로다. 그런데 정말 남자 냄새가 난다. 어린 소녀와 있어서 일까 아니면 진짜 아저씨가 된 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한 사건으로 아내를 잃고 세상을 등진 채 전당포를 운영하며 외롭게 살아가는 태식(원빈). 사실 그는 전직 특수요원이지였지만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전당포에 물건 맡기러 오는 사람들과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뿐이다.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언제나 혼자 있는 소미와 태식은 항상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태식은 소미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던 중 소미의 엄마가 범죄에 연루되고, 범죄조직은 소미를 인질로 잡아가게 되는데. 태식은 소미를 구하기 위해 범죄조직과 거래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경찰마저 태식을 추격하게 된다.

 

어린 소녀와 성인 남자의 만남은 개봉 전 많은 말들을 불러일으켰다. 혹자는 영화 '레옹'의 아류작 같은 느낌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아이를 좋아하는 성범죄자에 빗대 영화를 유추하기도 했다. 그래서 태식이 소미를 좋아하는 마음, 다시 말하면 그들의 관계를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태식이 소미에게 마음을 주는 것은 잊고 살고 싶었던 그의 과거의 기억 때문이다. 소미 때문에 수면위로 올라온 그의 처참한 과거가 소미에 대한 감정을 폭발 시킨 것. 기껏 동네 꼬마 하나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건 것은 소미의 구출이 아닌 자기 자신의 구출인 것이다.

 

'충분히' 괜찮은 영화'아저씨'의 문제점은 너무 강력한 액션이다. 거리낌 없고 막힘 없이 이어지는 액션은 지금까지 어느 한국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칭찬만 해도 부족할 정도의 질 높은 액션을 자랑하지만 이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의 의도가 '액션으로 먹어주는'영화였다면 그냥 넘어갈 만하지만 후반부의 감동어린 스토리를 생각하면 인신매매니 마약이니 하는 소재는 너무 닳고 닳은 것. 그래도 가슴 뭉클한 우정을 보여주는 원빈과 김새론의 연기 덕분에 그 미약함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항상 부드럽게만 느껴지던 원빈이 이렇게 남성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 아니라 무섭게 까지 느껴지는 연기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또 '여행자'로 최연소 칸영화제에 진출한 김새론은 겉으로는 밝지만 속 깊은 상처를 가진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액션과 감동이 잘 섞여 상업적인 영화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 내면에 담긴 이야기가 매력적인 영화. '아저씨'만큼은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