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정겨웠던 시골 '점방'의 추억…사진작가 김지연 근대화상회展

구멍가게 작업…다음달 12일까지 진안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진안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대표이자 사진작가인 김지연씨가 진안에서 촬영한 '근대화상회'. (desk@jjan.kr)

진안 시골의 구멍가게인 근대화상회는 몇 년 전 문을 닫았다. 시골 장터의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근대화상회는 30~40년 전만 해도 장만 서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밥 먹을 틈도 없이 바빴다. 여든이 가까워진 주인은 그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모든 것 다 팔았어. 없는 것이 없었제. 국수, 사탕, 석유 심지어 돌까지 팔았어."

 

여기서의 돌은 이것을 우묵하게 파서 절구 모양으로 만든 '돌확'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동네 슈퍼마켓이었던 것이다. 주인은 "길이 너무 잘 뚫려 사람들이 다 떠났다"며 애먼(?) 길 탓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을 일으켰다. 오직 '잘살아 보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 우리 경제의 초석을 닦았다. 허름한 '점방'들은 점점 근대화의 요구로 사라져갔다. 근대화상회의 몰락은 농촌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진안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대표이자 사진작가인 김지연씨는 아주 작고 고달팠지만, 서민들의 구구절절한 삶의 중심에 있었던 근대화상회를 기록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해방된 지 3년 뒤에 태어났기 때문에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격변기에 성장한 세대입니다. 그 때 그 시절의 향수도 갖고 있고, 현대화로 인한 문명의 혜택을 충분히 즐길 줄도 압니다. 근대화상회는 이처럼 끈끈한 유대감이 남아있는 마을의 사랑방도 됐다가, 자본주의 소비 방식에 길들여지는 공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공간이 더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모가 반듯하게 줄이 쳐진 공책, 지우개가 달린 알록달록한 연필, 12가지 색깔의 크레파스 등은 그의 눈을 행복하게 했던 것들이다. 김씨는 "소비를 담보로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그 시절 소비의 유혹에 벗어나지 못한 아이의 시선이 닮아있다"고 했다.

 

이전엔 동네마다 물맛이 달랐기 때문에, 콩나물 두부 만두 막걸리의 맛이 각기 달랐다. 하지만 이젠 모든 것이 획일화됐다. 가격과 서비스의 질만 달라졌을 뿐이다. 김씨는 "고작 하루에 몇 차례 다니는 버스표를 팔고 있는 시골 풍경은 너무도 쓸쓸해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도 안쓰럽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진전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작업한 결과물. 특히 진안 주민들의 기억을 재구성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전시는 9월12일까지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