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의 명창이야기] (42)명창 유성준-괴팍한 성격의 소리꾼

불같은 성격, 제자에 목침들어 내리치고 담뱃대로 이마 지지고…참다 못한 제자들, 줄줄이 문하 떠나

유성준이 살던 집(구례군 광의면 연파리 254번지) (desk@jjan.kr)

유성준이 <수궁가> 를 잘했다는 것은 < <조선창극사> >에도 나온다. < <조선창극사> >에는 유성준이 <수궁가> 를 잘하고, 그의 더늠은 '자라와 토끼가 만나는 대목'이라고 하였다. 또 유성준은 실제보다는 이론이 승하다(낫다)고 하면서, 당대의 판소리 최고 이론가라는 전도성과는 각기 주장을 달리하지만 현재 쌍벽을 이루는 평론가라고 하였다. 그러고 보면, 유성준이 송만갑 생존시에 크게 이름을 얻지 못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소리의 실제 기량에 있어서 유성준은 송만갑에 못 미쳤기 때문에 송만갑에게 밀렸던 것이다.

 

유성준의 소리가 어떠했는가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의 음반은 <적벽가> '자룡 활 쏘는 대목' 한 장밖에 남아 있지 않다. 양면을 합해봐야 6분 정도밖에 안 되니, 그것으로 유성준의 판소리 전체를 재단할 수는 없다. 그 음반에 담긴 소리로만 보면, 유성준의 소리는 송만갑과 같은 고음의 단단한 느낌은 없다. 그러나 낮은 청으로 아기자기하게 소리를 엮어간다. 아무래도 기교가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에게 배운 사람들 중에서는 정광수가 가장 충실하게 소리를 이은 것 같다. 유성준의 <적벽가> 음반에 나타난 '목'을 정광수가 똑같이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광수는 유성준으로부터 <수궁가> 와 <적벽가> 를 다 배웠으므로, 유성준으로부터 가장 많이 배운 사람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유성준은 성질이 괴팍하기로 유명하였다. 그래서 제자들과 불편했던 일화들이 많다. 남원의 명창 김정문은 유성준의 생질이다. 김정문의 어머니가 바로 유성준의 누나인 유준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김정문은 어려서부터 유성준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웠다. 그런데 김정문이 가르쳐주는 대로 바로바로 따라하지 못한다고, 유성준이 목침을 들어 김정문의 머리를 내리쳐 버렸다. 머리를 맞고 기절했다 깨어난 김정문은 유성준의 문하를 떠나고 말았다. 김정문은 송만갑을 찾아가 그의 고수 노릇을 하면서 소리를 배웠다. 김정문은 마침내 송만갑의 대표적인 제자가 되었다.

 

임방울은 신숙, 김수악 등과 같이 유성준으로부터 쌍계사에서 소리를 배웠는데, 임방울은 목침으로 얻어맞아가면서도 정말 열심히 소리를 배웠다고 한다. 임방울은 마음씨 좋기로 유명한데 그런 성격이어서 얻어맞아가면서도 군소리 없이 소리를 배웠던 모양이다.

 

김연수는 유성준이 순천에 사는 성정수라는 판소리 후원자의 집에 머물고 있을 때 소리를 배웠다. 성정수는 보성군수를 지낸 사람으로 천석꾼이었는데, 북을 배우려고 유성준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김연수는 이 소식을 듣고 유성준을 찾아가 소리를 배웠는데, 김연수 자신의 말로는 이때 처음으로 판소리를 배웠다고 하였다. 김연수는 유성준만큼이나 성격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또 김연수는 당시 중학교를 졸업했으므로 학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김연수는 사설이며 장단 문제를 자주 따지고 들었다. 화가 난 유성준은 "사설을 그렇게 따지니 과거를 보는 것이 좋겠다. 네가 선생해라!"라고 하고는 그 집을 떠나버렸다. 그래서 김연수의 첫 번째 판소리 수업은 중도에 끝나고 말았다.

 

강도근도 유성준에게 <수궁가> 를 배웠다고 하였다. 강도근은 유성준이 하동군 악양에 살고 있을 때 유성준을 찾아가 2개월 여에 걸쳐 <수궁가> 를 배웠다. 그러니까 유성준의 말년이었다. 그런데 유성준은 강도근이 소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따라하지 못한다고), 담뱃불이 들어 있는 담뱃대로 이마를 지져버렸다고 하였다. 강도근은 그때 생긴 흉터를 나에게 보여준 적도 있다. 이 사건 이후 강도근 또한 유성준을 떠나고 말았다.

 

유성준은 임방울을 자식처럼 생각했고, 임방울 또한 유성준을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유성준의 제자 중에서 임방울은 가장 성공한 소리꾼이었다. 그리고 그 괴팍한 성질을 다 받아준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