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왕궁문제 해결 방안 마련 - 이병국

이병국(국무총리실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장)

 

 

마침내 '왕궁 정착농원 환경개선 종합대책'이 확정됐다. 왕궁 농원은 1948년부터 한센인들이 축산 중심의 경제활동을 해온 지역인데, 90년대 후반 이후 농원에서 배출되는 미처리된 축산분뇨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됐다. 축분은 만경강과 새만금을 오염시키고, 거기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해 호남고속도로 이용객 및 인근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너무나 열악한 주거환경은 인권문제 등을 야기시켰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올 3월 대통령님께서 전북을 방문할 당시 건의받은 사항으로, 현 정부는 '지역과 약속한 사항은 반드시 지킨다'는 책임의식 아래 7개 관계부처가 협의를 거쳐 이번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

 

본래 왕궁 정착농원은 1948년에 완주군 우전면에 거주하던 한센인 250여명이 무장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익산 왕궁지역에 들어오게 된 것이 시초였다. 한센인들은 정부의 축산장려 정책에 따라 돼지 등 가축사육을 통해 생계를 영위하였고, 이 과정에서 축분으로 인한 수질오염과 악취, 열악한 주거환경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재에 이르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면서 총리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주민이 서로 협력하고 상생해야 한다는 것과, 역대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현 정부에서는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았다.

 

이러한 원칙을 토대로 정부는 총 1159억원을 투자하여 새만금 지역의 수질을 개선하면서 한센인의 생존문제와 복지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3개분야의 종합대책을 마련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왕궁 정착농원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의 적정처리를 위해 전북도가 왕궁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관리하고, 가축분뇨 저류조 설치 및 공공처리장 정상가동을 위한 주민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둘째, 한센인에 대한 주거시설 확충을 통해 그동안 소외돼 왔던 한센인의 보다 안락한 노후생활을 보장하고, 휴·폐업한 축사를 매입한 후 녹지를 조성해 소공원과 같은 주민편익시설들을 설치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셋째, 오염된 익산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고, 그동안 처리되지 않은 축분이 퇴적되어 악취를 발생시킨 소류지 3곳을 생태습지로 조성해 수질정화 및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는 생태환경복원의 추진이다.

 

이번 종합대책 수립으로 왕궁문제 해결의 기본 단초는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새만금 지역의 수질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종합대책의 마련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주민이 다 같이 힘을 모아 실천하는 것이다.

 

그동안 지자체는 지방재정의 열악한 사정 등을 이유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기만을 바라던 수동적인 입장이었다. 지역주민들도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유로 축분처리 의무 등을 등한시하였기에 오랜 해묵은 환경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당사자인 지역주민의 협조와 참여가 뒤따르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고,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도 힘을 합쳐 정책목표가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 해야겠지만, 지역을 아름답게 가꾸고 좋은 지역으로 만드는 1차적 책무는 지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종합대책의 실천으로 왕궁지역이 악취와 수질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살기좋은 역사문화지역으로 거듭나고, 수십년 묵은 난제를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민이 힘을 합쳐 슬기롭게 해결한 모범사례로 자리매김되길 기대해 본다.

 

/이병국(국무총리실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