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댐(옥정호)의 풍부한 수자원을 동진강 상류로 끌어내면서 낙차를 이용,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섬진강수력발전소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유역변경식 발전소다.
'유역변경식 발전'이란 두 하천의 높낮이를 이용, 고지대 하천에 댐을 막은 다음 산지에 도수(導水)터널을 뚫고 지형이 낮은 하천으로 물을 끌어들여 발전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에 위치한 섬진강수력발전소는 사실 발전(發電)보다는 수자원이 턱없이 모자란 동진강 유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건립된 시설이다.
칠보발전소로도 불린 이 시설은 일제 강점기인 1940년 9월 섬진강댐 건설 사업과 병행, 옥정호의 수자원을 동진강 유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에서 착공됐다.
당시 사업을 맡았던 조선전업(주)은 해방 직전인 1945년 4월 시설용량 1만4400kW의 섬진강수력발전소를 준공했다. 정읍 산내면 능교2리 용암마을에 취수구를 두고 칠보면 시산리까지 직경 3.4m, 길이 약 6.2km의 도수로를 통해 섬진강의 물을 동진강으로 끌어들인 이 시설이 섬진강수력발전소 제 1호기다.
이후 한국전쟁 등으로 중단됐던 섬진강댐 건설공사가 1961년 다시 진행됨에 따라 발전소 증설사업도 함께 추진됐다. 1965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완공되면서 발전소 2호기가 준공됐으며 1985년 3월에는 3호기 증설 공사를 완료, 발전설비 용량을 총 3만4800kW로 늘렸다.
섬진강수력발전소에서 전력생산에 사용된 수자원은 동진강 본류와 동진강도수로를 통해 호남평야와 부안 계화간척지로 흘러들어 농업용수로 쓰인다.
또 한국수자원공사는 섬진강수력발전소 부근 동진강 상류에서 생활용수를 취수, 정수시설(정읍 산성정수장)을 거쳐 정읍과 김제지역 광역상수원으로 공급하고 있다.
현재 섬진강댐은 한국수자원공사, 수력발전 설비는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 관리하고 있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주)과 한국수자원공사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영농기를 앞둔 3월31일 기준, 섬진강댐 수위를 188.68m로 유지하기로 한 한국농어촌공사와의 협약을 준수하고 있다.
이에따라 관개(灌漑)기간인 4~9월 6개월 동안은 발전설비를 24시간 가동할 수 있지만 농업용수가 사용되지 않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협약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발전시설 가동을 대폭 제한, 방류량을 줄여야 한다. 섬진강수력발전소의 성격과 운영 목적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섬진강수력발전소에 앞서 동진강 상류에서는 1930년대 초부터 운암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었다. 정읍시 산외면 종산리에 위치한 운암발전소는 함경남도의 부전강발전소(1929년)에 이어 남한지역에서는 최초로 건설된 유역변경식 발전소다.
1927년 12월 동진수리조합에 의해 완공된 운암제(섬진강 구댐)는 당초 동진강 유역 관개용수 확보를 목적으로 시행됐지만, 착공 당시부터 발전사업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운암제가 섬진강 상류의 넓은 집수면적을 갖고 있고 고지대에 저수지를 조성, 지대가 낮은 동진강으로 물길을 바꾸면 높은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조합측에서는 운암취수구를 통해 동진강으로 방류되는 섬진강 수자원 중 잉여 수량을 남조선전기주식회사에 공급, 일종의 수리(水利) 사용료를 징수했다. 이 회사는 관개 목적의 도수터널 출구인 정읍 산외면 종산리 팽나무정에서 제 2도수터널을 착공, 해발고도 100m 지점에 유효낙차 77.02m를 가진 운암 수력발전소 1·2호기를 1931년 10월 준공했다. 당시 이 곳에서 생산된 전력은 연간 최대 2242만6000kWh 였고, 처음에는 이리변전소에만 송전하다가 이후 군산 및 강경변전소에까지 전기를 보냈다.
운암발전소는 섬진강수력발전소 제 3호기 준공에 맞춰 1985년 2월, 그 역할을 섬진강수력발전소에 넘기고 50여년만에 문을 닫았다.
/ 공동기획-만경강 생태하천가꾸기민관학협의회·정읍의제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