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영의 아름다운 우리말] 설레는 마음

 

타지 생활은 힘들다. 타지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휴가만 주어지면 집에 갈 생각에 마음이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음이 들 떠 가라앉지 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설레다'라고 표현한다. 기대감이 크면 마음이 들떠서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사정이야 어떻든 내가 원하거나 선택한 대상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녀를 만나러 갈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내일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어 잠이 오지 않는다.

 

그 영화는 언제 봐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 남자를 보자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첫사랑을 만난다는 기쁨으로 설레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에 풀려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춘향은 가슴이 설레기까지 했다.

 

▲ 잦은 움직임

 

'설레다'는 가만히 있지 아니하고 자꾸만 움직일 때도 사용한다.

 

우리는 깊이 잠들어서 쥐가 설레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이들이 너무 설레는 바람에 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춤을 춘다, 노래를 부른다하여 강당 안은 설레고 있었다.

 

촛불이 파도 모양 설레었다.

 

▲'설레다'는 자동사

 

'설레다'는 자동사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설레이다'라고 피동사처럼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바르게 쓰는 말이 아니다. '설레다'는 자기 가슴이 설레는 것이기 때문에 구태여 '~이'나 '~히'를 붙여 피동으로 만들 이유가 없다.

 

'가슴이 설레이다'처럼 피동형으로 쓰는 사람은 영어의 피동법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영어는 피동이냐 능동이냐를 정확하게 구분한다. 이 때문에 영어를 공부한 사람들은 우리말을 피동으로 바꿔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우리말과 영어의 차이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결과다.

 

우리말의 특징은 피동이냐 능동이냐를 가르지 않아도 뜻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오히려 우리말은 문장 속에서 목적어가 필요 없는 자동사인가 아니면 목적어를 갖는 타동사인가의 구분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