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삶에 마침표를 찍는 걷기. 여기에 웰빙 문화가 더해지면서 몸이 건강해지는 걷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걷기 열풍을 반영이라도 하듯 각 지자체는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변산 마실길 등 '걷기 좋은 길'을 만들고 있다. 2008년 5월 '아름다운 길 걷기'를 시작한 이정호 KBS 전주방송총국 문화사업팀장(47)은 매주 길을 찾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갈수록 사회가 각박해져서인지, 서정적인 우리 길에 대한 향수가 커지는 것 같았어요. 등산화만 챙겨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여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익산 함라 둘레길, 군산 청암산 구불길, 정읍 산내면 능선길(하늘길)…. 벌써 10회를 넘긴 이 행사는 도민 500여 명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끼고 8~9km를 함께 걸어왔다.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 각종 책과 잡지를 뒤지고, 지인들로부터 추천도 받았지만,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500여 명이 이용 가능한 주차공간도 따져봐야 했고, 길에 얽힌 이야기도 필요했다.
"군산 청암산 구불길의 경우 '아름다운 길 걷기'에 참여했던 분이 제보한 곳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별 기대를 안했어요. 제가 군산에서도 살았기 때문에, 그런 곳이 있을 수 없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그 일대가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묶여 있다가 1년 전에 일반인에게 개방이 됐던 곳이더라구요. 수변을 끼고 걷는 길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길에 관한 관심은 15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문화사학자 신정일씨와 KBS 동학 역사기행을 꾸린 주인공. 역사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그는 전국적인 농민전쟁이자 비무장 저항운동인 동학농민운동혁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역사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무고하게 희생된 이 땅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잊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동학농민운동혁명으로 인해 전라도 뿐만 아니라 충청도, 경상도까지 어마어마한 사연이 묻혀졌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동학을 자꾸 정읍에만 가두려고 합니다. 의병들의 희생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지난해 KBS 전주방송 개국 71주년을 기념해 열린 역사기행'전라의병과 1909년 남한대토벌 작전'은 호남 대표 의병인 이석용과 전해산의 기리기 위한 자리로 아주 뜻 깊었다며 앞으로도 이들의 숭고한 죽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행사를 기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11회 아름다운 길 걷기'는 14일 오전 10시 완주군 위봉 폭포에서 가자미 마을까지의 숲길(9km)을 탐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