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님 주재 간담회 개최함. 꼭 참석바랍니다.'
동물들은 술렁였다. 휴대폰 문자엔 장소(전북체육회관)와 시간(8월 17일 오후 3시)만 나왔다.
'동물의 왕이 웬일로….' 영문은 몰랐지만, 빠질 수도 없었다.
자칫 '사자님' 눈 밖에 났다간 굶어 죽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자님'은 모든 동물의 '곳간 열쇠'를 쥐고 있었다.
이번 간담회는 '사자님' 수하의 '여우'가 기획했다.
올해 전국체전을 50일 앞두고 대회에 참가하는 동물들을 격려하고, 애로 사항을 듣기 위해서다.
'여우'는 자기 부하인 '토끼'에게 이 계획을 알렸다. '토끼'는 지난 6일 우수 지도자와 실업팀 감독, 선수 등 250명에게 일제히 휴대폰 문자를 발송했다.
'사자님'을 김완주 지사로, '여우'를 전북도로, '토끼'를 도체육회로 바꾸면, 이 우울한 우화(寓話)는 도내 체육계의 현실이 된다.
'지사님이 주재하니, 꼭 나오시오'라는 메시지-지시-를 받은 250명 중 1명은 "수백 명이 모여 무슨 얘기를 얼마나 하겠냐? 불만을 말하면 도체육회가 다칠 수 있고, 선수라면 감독이 욕을 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 도지사 앞에서 편히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은 없다"며, 이번 간담회를 '도지사 낯내기용'이라고 깎아 내렸다.
다른 지도자는 "(개최) 이유요? 모르겠어요. 그래도 지사님 주관이니까 꼭 참석해야죠"라고 말했다.
도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를 김 지사와 도내 체육인 간의 '소통의 장'이라고 표현했다.
민선 5기 들어 전북도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란 의미의 소통(疏通)과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란 뜻의 간담회(懇談會)를 이따금 오용(誤用)하는 듯하다.
/김준희(자치행정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