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교도소의 황용희(53.교위) 교도관은 김지하 시인, 이부영 전 의원, 김근태 민주당 고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등 교도소를 거쳐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굴곡진 현대사를 조명한다.
황 교도관은 1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교도소에 갇혔던 재야인사들과 학생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이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책을 쓴 동기를 밝혔다.
그는 이 책에서 6월항쟁을 촉발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당시 영등포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이부영 전 의원이 어떻게 함세웅 신부에게 관련 문서를 전달했는지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황 교도관은 안유 당시 영등포교도소 보안계장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관련 최초의 문서를 전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서 "안유의 공분(公憤)과 양심이 없었던들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조작' 사건은 제대로 알려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한다.
영등포 교도소가 '고척호텔'로 불렸던 사연, 10개월 이상 소금물로 철창을 삭혀 감방을 나가는 데는 성공하지만 교도소 담을 넘기 전에 붙잡힌 30대 수감자, 바늘을 삼킨 수감자 등 웃지 못할 사연들도 들려준다.
1980년 5월부터 지금까지 영등포 교도소에서 근무해온 황 교도관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감자로 이부영 전 의원을 꼽았다.
그는 "이 전 의원이 영등포 교도소에만 3차례 수감됐는데 교도소 내에서 투쟁할 때 교도관들이 힘들지 않도록 배려하는 등 교도소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문학소년'이었다는 황 교도관은 부인과 함께 쓴 여행 에세이를 조만간 출간할 예정이며 2002년에 펴낸 '섬 마을 소년들'은 중학교 3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