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 전에 독자 여러분에게 문제를 하나 내겠다. 신라가 우산국을 정복한 이후 울릉도와 함께 우리나라의 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자신의 섬이라고 주장하는 울릉도의 부속 섬은 무엇인가?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황당해 할 거라 믿고 싶다. 이렇게 쉬운 문제를 내면서 아까운 지면을 할애하고 있냐고 분노할 거라고 믿고 싶다. 내가 '믿고 싶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얼마 전 충격적인 영상을 하나 보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독도를 모르는 한국 고등학생들'이라는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독도를 모를 수 있을까?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클릭을 해보았다. 영상은 2010년 8월 5일 MBC에서 방영된 '국사, 안 배워도 그만?'이라는 동영상의 일부를 편집한 내용이었다. 영상을 보면 서두에 낸 문제가 작년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출제된 2학년 한국 근현대사 기말고사 문제라고 등장한다. 선생님이 평균점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맞히라고 준 문제였다. 그러나 2학년 전체 400여명 가운데 독도를 적어낸 학생은 200명도 채 되지 않았으며, 정답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상을 촬영한 제작자는 국사를 가르치지 않는 교육계의 현실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학창 시절 아무리 공부를 하지 않고 놀아도 정규 수업시간에 들은 것들은 어느 정도 기억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규 수업시간에 국사를 편성하지 않으니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독도에 대해 분개하면서 가르치지 않아 잊혀진 역사가 문득 떠올랐다. 다가오는 2010년 8월 29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른다면 국치일이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다가오는 2010년 8월 29일은 국치 100년이 되는 날이다. 국치(國恥). 국가의 부끄러움. 바로 나라를 빼앗긴 날이다. 부끄러운 날이니 잊어야 할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건국기념일, 3·1 기념일과 함께 국치일을 3대 기념일의 하나로 추념했다. 만주 동포들은 국치추념가라는 노래를 부르며 이날을 곱씹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해마다 8월 29일이 되면 각 상점이 일제히 약속한 듯 문을 닫았고 격문 살포 등은 더 활발해졌다. 해방 후에도 국치일은 계속 기억되어졌다. 1946년 국치기념일은 아직 완전한 해방을 이룬 것은 아니라며 더욱 성대하게 치러졌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엔 공식적인 기념식은 없었지만 달력에는 국치일이 기념일로 표시되었다. 그러다 한일관계가 이전과 다르게 바뀌던 박정희 시대에 들어와 국치일은 더 이상 기념되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점차 잊혀져 오늘날에 이르렀다.
치욕의 역사도 역사다. 지우려 한다고 지워지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 치욕의 역사를 더 잘 기억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젊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8월 29일. 나라를 빼앗긴 그 아픔을 생각하며 그 시기 살아갔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젊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