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고군분투 끝에 친환경무상급식이 사회적 합의로까지 진전하고 있다. 뒤이어 주목받는 것이 바로 학교급식지원센터다. 무상급식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보편적인 먹을거리 평등권을 주는 일이다. 따라서 사회적 비용을 들여서라도 해결해야 할 밥상민주주의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안전하고 싱싱한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공공조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아이들 밥상을 '장사꾼의 손아귀'에서 건져내는 실천과제다.
학교밥상을 지역농업과 연계해야 하고 이를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담당해야 한다는 데 다른 의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작화된 생산구조, 다단계의 유통구조, 생산과 괴리된 식자재납품 질서를 감안한다면 원칙과 방향을 잘 세우고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자체가 연합해서 만드는 '권역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바람직하다. 소지역주의는 경계하고 대신 공공성은 강화하는 장치다. 재원조달이 어렵다고 기존의 산지유통조직에 덥석 넘겨서는 가뜩이나 돈 되는 몇몇 품목 중심으로 경제사업을 제한하는 조직에 영업망만 얹어주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좋은 모델은 복수의 지자체와 광역자치단체가 공동 출연하고 공공형 조직이 운영을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갖추어야 할 것이 지역사회 교육주체의 참여와 의사결정체제를 잘 꾸리는 일이다. 또 안정된 수익성 보장을 위해서는 급식지원센터를 통해 기관단체급식의 가능성 또한 열어둘 필요가 있다. 다른 지역과의 제휴푸드는 부족함을 메우는 보완장치다.
둘째, 친환경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지역농업과 멀어진다. 포괄적으로 로컬푸드(가까운 먹을거리)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설계단계에서부터 친환경으로 범위를 제한하자고 들면 또다시 광역단위 물류에 의존하게 되고, 지역의 참여는 제한된다. 일부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직영농장과 같은 전문단지 조성은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농가를 임노동자로 전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우선 친환경이 가능한 품목은 지역생산을 장려하고, 다른 품목의 경우 지역순환농업 단계에서 점진적으로 친환경으로 전환하도록 함으로써 지역자급률을 높여가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가족소농을 생산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의 개방과 국경을 넘나드는 먹을거리로 인해 농업정책은 규모화 일변도로 내달려 왔다. 이 같은 경쟁력 지상주의는 필연적으로 소농의 퇴출과 몰락을 부채질해 농촌사회를 급속히 공동화시키고 있다. 마을공동체, 지역공동체를 조직하고 협업을 장려함으로써 가족소농, 고령농, 여성농, 귀농인도 생산의 주체로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좋은 계기가 학교밥상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에 걸쳐 가족소농은 토종과 생물다양성을 지켜 농업과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넷째, 한국사람의 DNA를 되살리는 전통적인 입맛의 복원과 먹을거리 교육이다. 일본은 '지산지소'운동과 '식육교육'을 통해 실질적인 수입개방 저지 및 국산애용 효과를 얻고 있다. 시골할머니가 정성들여 만든 맛있는 김치와 된장이 아이들에게 공급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유럽과 미국이 과일채소급식, 아침급식을 서두르고 있는 마당에 최근 농식품부는 '공공비축미곡을 시가로 매입방출해야 한다'는 WTO(세계무역기구)협정문 부속서 규정을 들어 2012년부터 학교급식용 쌀 할인 폐지를 공언하고 나섰다. 2007년에 비해 학교급식비가 연간 580억원가량이나 상승되어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무상급식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이 국내 식량생산 지원의 한분야로 쌀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학교에 공급하고 있는 마당에 WTO규정이나 들먹이고 있는 정부가 못내 서글프다.
/나영삼(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