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만규의 섬진강 들꽃이야기] (17)달맞이꽃

머리 위에는 달이, 발밑에는 꽃이 훤하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전주에 머문 지, 저녁이 되어도 가실 줄 모르는 더위를 피해서 삼천천변으로 바람 쐬러 나갔다. 가슴팍에 닿을 정도로 쭉 자란 억새들이 더위에 지쳐 찾은 이들에게 힘 솟는 에너지로 한들한들 함께 해 준다. 전주 도심에 흐르는 물은 이 천 말고도 전주천이 있다. 나는 이 두 물길을 좋아한다. 불필요한 삽질로 재단하기 보다 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과 더불어 많은 생물들이 흐르는 물과 자연스레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좋다. 천변 양쪽으로 콘크리트 고층 장벽들이 눈과 몸을 가로막지만 억새 잎 사이로 도도히 흐르는 물결 위에는 창가로 새어나오는 불빛이 어른거린다.

 

물길 따라 걷다보니 머리 위엔 달이 떠 있고 발 옆에는 노란 달맞이꽃이 훤하게 비추인다. 먼 나라 칠레에서 귀화한 이 친구가 이제는 밤길 우리 곁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이 되었다. 외로운 밤 삼천천에 가면 달맞이꽃이 벗해 주리라. 비온 뒤라 물소리는 더욱 커지고 풀벌레 소리와 함께 벤치에 앉아 연주하는 보컬리스트들의 노래 소리가 발걸음을 잡는다. 자유와 아름다움과의 소통의 하모니다.

 

저 달이 기울면 꽃도 지고 또 다른 봉우리는 달빛을 찾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