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입니다."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정의로운 사회'의 개념이다.
그는 19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서로 다른 윤리적, 도덕적 가치가 경쟁할 수 있는 사회, 도덕적 불일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첫 번째 단계"라고 강조했다.
경제 정의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어느 정도 개입해서 응집력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평등주의적 접근법'을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빈부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공동체가 분열될 것"이라면서 단순한 기회균등 뿐만 아니라 민주적 삶에 대한 공동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부와 기회를 분배하는 것이 평등주의적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과 유럽, 한국 등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성장 등 경제적 문제를 우선 과제로 삼아왔으며 좋은 삶은 무엇인가 등 삶에 중요한 도덕적, 영적 문제들은 도외시했다"면서 "그러나 풍요해지면 질수록 사람들은 공허함을 느끼게 되고 존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샌델 교수는 자신의 저서가 한국서도 큰 인기를 끈 것과 관련,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 책을 읽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면서 "한국에서도 정의란 무엇인가, 공동선은 무엇인가 등 진지한 논의에 대한 '배고픔'과 '갈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한 기간에 한국에서 자신의 책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한 해답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 책이 조금이나마 정의와 윤리에 대한 공공 토론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라면서 "정치인들, 정당 간 논쟁은 당파적이고 분열적이며 정작 대다수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에는 논의가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과 TV를 통해 자신의 강의를 공개했던 샌델 교수는 강의와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좋은 삶의 의미, 철학과 윤리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는 도전과제와 흥분감을 안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 세계 교실들을 연결할 수 있다면 전 세계 학생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공동선, 칸트의 인간존엄성, 유교사상 등에 대해 토론하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교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샌델 교수는 천안함 사건과 같은 문제의 경우, 정의가 국제관계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유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제 인권법 등이 있지만 이런 국제기구들은 불완전하며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따라서 유엔 안보리 규제 결의 등에 '정의'의 개념을 글자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