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주인정신과 머슴정신

정수진(원광대교수)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이미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지만 '주인과 머슴'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다가오던 때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주인은 머슴에게 일을 시키는 독립적 주체이고, 머슴은 주인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해야만 하는 종속적 대상이었다. 다시 말해 주인은 자신의 책임 하에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주체인 반면, 머슴은 주인의 눈치를 보며 주인의 뜻에 따라 행동해야만 하는 피동적이며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다. 이렇듯 주인이 시키는 대로 일만하는 머슴과는 달리 자신의 일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주인정신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주인정신과 더불어 최근에 많이 회자되고 있는 말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이다. 기업가정신이란 무에서 유의 가치를 창조하고 축적하는 행위로써 주어진 자원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부(wealth)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 남들이 못 보는 기회를 감지하는 창의 능력, 보완적 역량을 지닌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능력, 외부자원의 동원능력, 위험 감수(risk-taking)능력 등으로 정의된다.

 

1800년경 프랑스 경제학자 세이(J. B. Say)는 기업가정신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경제적 자원을 생산성이 낮은 영역으로부터 생산성과 이득이 높은 영역으로 이전시키는 사람을 일컬어 기업가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후 1934년 슘페터(Joseph A. Schumpeter)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창업 기업가가 핵심적 역할 수행한다고 주장하면서 신제품의 개발, 새로운 생산방식의 도입, 시장의 개척, 새로운 공급자의 확보, 산업조직 또는 경쟁체제의 구축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방법들을 통하여 기업가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창업 기업가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요사이 국내외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여기저기서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의 볼멘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경기 불황의 여파 속에서도 건재하게 잘 나가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고 심지어 도산하는 기업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각 기업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이유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기업 최고경영자의 열정적인 기업가정신과 구성원들의 철저한 주인정신 여부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대개 잘 나가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그 기업의 최상위 관리자에서 말단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 대한 주인정신의 유무 내지는 대소에 따라 크게 좌우 될 수 있다. 즉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최고경영자와 같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이며 자발적으로 각자의 업무에 매진하게 되면 그 기업은 활력 넘치는 기업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종업원들이 그 기업의 주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동기유발을 일으키기 위한 기업차원의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말하자면 기업들이 목표관리(MBO) 기법을 채택하고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이 그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업 구성원 각자에게 도전적인 목표를 정해서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유도하여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도록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주인은 사소한 일도 꼼꼼히 챙기지만, 머슴은 대충대충 시늉만 하고 넘어간다고 한다. 또한 '주인은 모든 것을 자기 일이라 여기지만, 머슴은 '나의 일'이 아닌 것에는 안중에도 없다'고 하는 옛말들을 되새겨 볼 일이다. 결국 요즘처럼 기업의 경영환경이 어려운 때일수록 최고경영자의 흔들림 없는 기업가정신과 종업원들의 철저한 주인정신으로 무장한 힘을 합하여 현실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다.

 

/ 정수진(원광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