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1.단국대)이 금빛 물살을 가르며 명예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고 당당히 귀국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열린 2010 팬퍼시픽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박태환(21.단국대)이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치고 23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인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땄다.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200m와 400m, 그리고 1,500m 등 출전한 세 종목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하며 쓴맛을 본 박태환으로서는 오는 11월 열릴아시안게임에서 명예회복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의미 있는 결과였다.
박태환은 특히 대회 사흘째인 지난 21일 열린 주 종목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4초73위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해 대회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베이징올림픽 때 세운 개인 최고 기록(3분41초86)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첨단 수영복 착용을 금지한 올해 들어 작성된 기록 중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박태환의 개인 최고 기록이기도 했다.
박태환은 대회 첫날인 19일 자유형 200m에서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개인 최고 기록(1분46초27)으로 은메달을 따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다만 같은 날 열린 자유형 1,500m에서는 체력 부담과 페이스 조절 실패로 15분13초91의 저조한 성적과 함께 8위에 머물렀지만, 400m에서 금빛 레이스를 펼치며 우려를 씻어냈다.
박태환은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면서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준비를 계속 잘해서 페이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0m에서 좋은 기록이 나왔지만 1,500m에서는 아쉬웠다. 그래도 400m에서 마무리를 잘해 마음이 편하다"고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은 "자유형 200m 예선과 결선을 뛰고 바로 1,500m에 참가하면 누구라도 흔들렸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자유형 400m에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 자리를 런던까지 이어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감독은 또 "태환이가 긴 터널을 지나 1년 만에 웃었다. 지난해가 악몽이었다면 올해는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다툴 맞수 장린(중국)에게 자유형 1,500m에서는 15초가량이나 뒤지면서 완패했지만, 400m 우승으로 깨끗하게 되갚았다. 장린은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모두 3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은 이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였다. 좋은 선수들과 같이 경기할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박태환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계속하고 오는 30일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괌으로 3주 일정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괌은 박태환이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200m 은메달을 땄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전훈을 했던 곳이다.
오는 10월 열릴 전국체육대회 참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박태환은 전국체전에 참가하지 않고, 대신 마이클 볼 호주 대표팀 코치의 지도로 올해 두 차례 담금질했던 호주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싶어한다.